[촌부의 단상]
비가 추적거리던 날에...
2026년 8월 23일 일요일
음력 丙午年 칠월 열하룻날
어제는 이틀째 비가 오락가락 추적거렸다.
적당히 오는 비는 쌍수를 들어 반기게 되는 것이
농부라지만 장마철도 아닌데 주룩주룩 쏟아지다,
이내 부슬부슬 이슬비로 내리다가 잠시 멈추는가
싶으면 또다시 왈칵 쏟아졌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비는 솔직히 싫다. 이틀간 내린 이번 비가 그랬다.
비가 내려 할 일을 못해 괜시리 짜증에 투정이다.
촌부는 그렇긴 해도 꽃을 피운 화초와 야생초들은
비를 무척이나 반기는 듯하다. 해바라기, 메리골드,
분꽃 그리고 달맞이꽃, 해란초, 잔대꽃, 더덕꽃 등...
내리는 빗물을 머금은 모습이 영롱하고, 방울방울
맺혔다가 뚝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도 참 싱글럽다.
그뿐인가? 하늘이 주는 선물이라 할까? 얼마전에
심은 무우와 배추는 비를 반기는 듯하다. 며칠새
부쩍 자란 모습을 보는 농부의 마음은 참 뿌듯하다.
비록 혼자의 생각이고, 무늬만 농부일지라도...
종일 비가 추적거리던 날, 딱히 한 일이 없다.
일이라 할 순 없지만 아내와 함께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산책삼아 밭에 나가 썩어 거름되라고 깊숙히
파묻은 것, 앞마당에 심어 기른 라벤더 꽃대 자른
것이 어제 한 일의 전부이다. 오전에는 푹 쉬었다.
잠시 비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햇살이 고개를 내민
오후에 아내가 봉평장에 다녀오자고 했다. 장골목
주변은 자동차들이 즐비해 주차공간을 찾아야했다.
겨우 이면도로 한쪽에 자동차를 세우고 장골목에
들어갔더니 세상에? 엄청 붐벼 북새통을 이뤘다.
휴가철 마지막 주말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엄청
나게 많았다. 구경이고 뭐고 대충 돌아보고 곧바로
농협마트로 갔으나 거기도 마찬가지다. 겨우겨우
주차하고 들어가 후다닥 살 것만 사서 바로 나왔다.
주민들이야 좀 불편하지만 상인들은 대목을 보는
듯하여 너무 좋아했을 것 같다.
비가 그치고 햇볕 내리쬐는 날씨라서 그런지 엄청
습하고 더웠다. 생각만 하고 실행 못한 노각, 오이
전부 따놓고 덩굴을 걷어낸 다음 바로 그물망 걷고
지지대를 해체하려고 했다. 아내가 한 말씀하면서
말렸다. 한창 무더운 시간인데 급할 것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느냐며 조금 쉬었다가 해질녘 시원할 때
하자고 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만 낮잠에 빠져
일어나보니, 이런이런 이게 뭔일이야? 그새 다시
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결국 하려던 일을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내가 하는 말이 또 재밌다.
"노각, 오이 따두는 것 보다 마른 덩굴이긴 하지만
매달려 있는 것이 더 싱싱하지 않을까? 따놓으면
시들잖아? 덩굴을 걷어내지말고 좀 더 기다리라는
하늘의 신호인 것 같은데..."라고 하여 웃고 말았다.
"당신 긍정적인 생각은 참 좋네! 오늘 못하면 며칠
더 있어야만 해서 해치우려고 했던 것이긴 하지만
당신 말도 일리는 있네. 보기가 좀 그렇긴 해도..."
그랬는데 산골의 아침은 구름이 내려앉은 것인지,
안개가 자욱하게 휘감아 도는 것인지 사방 분간이
안될 정도이다. 서늘함이라 온도계를 살펴봤더니
17도, 이제 폭염은 물러가는 것일까? 절기상으로
오늘은 일교차가 커지면서 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가을이 다가온다는 뜻의 처서(處暑)이다. 그렇지만
아직 폭염의 여름이 물러갔다고 단언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예보엔 또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른 아침 밭에 나가 어제 못한 노각 몇 개를 따고
방울이 한 소쿠리 땄다. 이제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점점 빈약해진다. 그렇긴 해도 비록 적은 양이라도
나눔을 할 수 있음이라 마음은 흐뭇하고 뿌듯하다.
오늘은 모임이 있어 수원에 다녀오려고 한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