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틀동안 수고하셨소!
2021년 1월 10일
음력 庚子年 동짓달 스무이렛날
이번 한파는 정말 대단하다.
오늘은 그나마 어제보다는 기온이 높다.
그래도 영하 25도,
최강 한파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닷새만에 집에 올라온
자동차 시동부터 걸어보았다. 휴~~ 잘 걸린다.
얼마나 다행인가 모르겠다.
어젯밤 수시로 들락거리며 시동을 걸었던
보람이 느껴지는 아침이다.
전날 보일러 분배기가 동파되어
녹이는 동안 부품을 좀 사다달라고
부탁을 하는 보일러 사장의 말에
바쁜 마음에 부랴부랴 허겁지겁
아랫쪽에 세워놓은 자동차에 갔으나
아뿔싸, 시동이 걸리지를 않아 당황했다.
눈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노란 느낌에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매서운 한파에 보일러를 고쳐야 하는데...
순간, 마을 아우가 생각이 났다.
전화를 하여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이내 자동차를 몰고 달려와 주었다.
고맙게도 마을 아우 덕분에 부품은 사왔고
다행히 반나절에 걸쳐 보일러는 고쳤고
집안에는 온기가 제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자동차가 문제였다.
보험사 출동 서비스에 전화를 했다.
접수는 되었지만 역대급 한파로 인하여
워낙 접수 건수가 폭주하여 출동이 늦고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니 기다리라고...
늦은 오후 기사가 전화를 하여 못온다고
다음날 아침 10시쯤 나오겠다고 하였다.
어제 아침 다시 전화가 와서 점검해야 할
접수가 많아서 오후 1시쯤 오겠다고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아내와 함께 내려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전화를 다시 했더니 또 못온단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마침 그 기사가 소속된
카센터를 알고 있었기에 전화로 항의를 했다.
그랬더니 30분쯤 지났을까 다른 기사가 왔다.
점프선을 연결하였더니 이내 시동은 걸렸다.
기사가 하는 말,
밧데리가 방전되었고 연료필터가 얼었으니
시동을 끄지말고 한 시간쯤 기다렸다가 운행을
해야하고, 카센터에 가서 교체를 하라고 했다.
아내와 둘이서 30여분 공회전을 시킨 상태로
기다렸다가 출발하여 봉평 읍내 카센터에 갔다.
밧데리를 교체하고 점검을 하더니 연료필터는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하여 카센터를 나왔다.
나간 김에 잠시 은행, 야채가게, 마트에 들려
그동안 못봤던 일과 식료품을 사가지고 왔다.
집에 들어왔더니 이틀간 몸고생, 마음고생하여
그랬는지 그만 피로가 몰려와 맥이 확 풀렸다.
이런 촌부의 힘들었던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내가
대낮부터 술상을 차려놓고 한잔하고 푹 쉬란다.
"이틀동안 수고하셨소!"라며... 생굴을 안주삼아
소맥 석잔을 하고 낮잠에 빠져버렸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니
카페앞에 택배 상자가 보이는 것 같아 내려가보니
고향 남해의 이종사촌 아우가 시금치를 보내왔다.
시금치를 멈청 즐기는 아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우에게 잘 먹겠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해주었다.
저녁식사후 아내와 함께 시금치를 다듬으려는데
이미 아우가 보내며 잘 다듬어서 보내 뿌리끝부분
조금만 잘라내고 큰 포기를 먹기좋게 나눠놓았다.
고향 남해는 요즘 시금치 수확이 한창인 것 같다.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 시금치는 달고 맛이 좋다.
이 산골에서 고향의 시금치를 먹을 수 있음이라
너무 좋다며 싱글벙글 흐뭇해 하는 아내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이틀동안 고생을 했더니 이런 생각을 다 해봤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따뜻한 남해로 고향살이를
하러가는 것이 어떨까 하고... 아내도 꽤나 많이
힘들었는지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심사숙고
해보잖다. 이번 한파에 식겁을 한 산골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