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앞뜨락의 돌멩이들
12월 12일, 음력 11월 동짓달 열엿새날
어제는 마치 여름날처럼 거세게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자고나니 잠잠해졌다. 대신 하루 사이 기온이 꽤 많이
떨어져 차가운 아침을 맞는다. 영상 1도의 어제 아침
보다 무려 10도나 뚝 떨어진 영하 9도로 시작을 한다.
춥지만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아직 동이 트기전 이른
아침이라서 바깥은 짙은 어둠이 깔려있다. 대신 서녘
하늘에는 아직 지지않은 동짓달 둥실한 보름달이 꽤
밝은 모습이다. 요즘은 당최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는
느낌이다. 겨울답지가 않은 날씨가 이어지는 산골의
올겨울이다. 어디 산골뿐이겠는가? 나라 전체가 다
그런걸. 한겨울에 미세먼지 걱정을 하게 되고 때아닌
비바람에 여름날에나 있을 법한 강풍주의보가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눈이 내리는 것을 겁내하고 싫어하는
촌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 다워야 하는 것,
계절은 제 계절 다워야 자연스런 현상일텐데 여지껏
제대로 된 눈 한번 내린 적이 없으니 의아스런 느낌이
든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쯤 산골은 눈이 잔뜩 내려서
온통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었을텐데 말이다. 겨울날
눈이 내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면서도 올겨울처럼
적게 내리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이 무슨 변덕인가?
겨울비가 거센 바람과 함께 추적거리던 어제, 장작불
지펴놓은 난로에 장작을 몇 개 더 집어넣고 서서 불을
쬐며 창문 너머 앞뜨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산새들 한 무리가 앞뜨락에 몰려
와서 먹이를 찾는지 연신 땅바닥을 쪼고 있었다. 어떤
녀석은 여기저기 놓인 돌 위에 앉아 쉬는 듯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순간 그 옛날 저 돌멩이들을 주워 오며
즐거워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추억의 시간을 소환한
것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이곳에 왔던 초창기 우리는
앞뜨락에 잔디를 깔았다. 나무도 몇 그루를 심었으나
앞뜨락은 너무 단조롭고 보기가 훵했다. 그 당시에는
마을분들과 산으로, 냇가로 많이 돌아다녔다. 더덕을
캔다며 산을 누볐고, 천렵을 한다면서 인근에 있는 큰
냇물이 있는 금당계곡을 자주 가곤 했었다. 그때마다
촌부 생각에 특이하게 생겼거나 예쁘게 보였던 크고
작은 돌멩이를 주워와 이 앞뜨락에 놓기 시작했다. 또
혼자 산을 오르내릴 때는 물론 시냇가를 지나다가도
눈에 띄는 돌이 있으면 주워오곤 했었다. 지금 뜨락에
놓에 돌멩이들이 그때의 그 돌멩이들이다. 나름대로
조경석(造景石)이라고 생각하며 하나 둘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남들이 보면 한낱 돌멩이에 불과 하지만 촌부
눈에는 보기좋은, 특이한 모습의 조경석이라고 생각
했던 것이다. 어떤 것은 쌓아놓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널어놓기도 했다. 배낭을 열고 돌을 꺼내는 촌부에게
아내는 힘들게 무슨 돌멩이를 주워다 나르냐고 했다.
하지만 촌부는 아주 자연스런 작품(?)이라 생각하며
하나 둘 주워다 나른 것이 지금의 이 모습이다. 이제
앞뜨락에 심은 잔디는 온데간데 없다. 불과 몇 년 새
온갖 야생초들에게 자리를 빼앗겼으며 잠식을 당하여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잔디와 함께 놓여있던 저기 저
돌멩이들은 주인장 촌부의 추억을 소환하며 그 자리,
그 모습으로 그대로 놓여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