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가을장마라고...
8월 31일, 음력 팔월 초이튿날
그제는 잠시 소낙비를 폭우처럼 쏟아놓더니 어젯밤에
또다시 소나기가 조금 내렸다. 그다지 반갑잖은 비가
너무 잦은 요즘이다. 날씨예보에는 가을장마가 진다는
말이 등장했다. 우리고장은 수요일부터 내리 나흘간
비소식이 있다. 이맘때 내리는 비는 정말이지 반갑지
않을뿐더러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익어가는 곡식이나
과일에 좋은 일이 있겠는가? 오히려 다 지은 농사에
해가 되는 것이라서 너무 걱정스럽다. 사람들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날씨, 하늘의 뜻인지라 하늘을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그러려니 하며
애만 태우게 된다. 하늘의 처분만 바라는 수밖에...
요즘 잦은 비에 너무 잘 자라는 것은 밭고랑의 잡초들,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한눈 파는 사이 이놈들이 쑥쑥
자라 그렇잖아도 비가 내리는 것이 반갑잖아 불편한
촌부의 심사를 건드린다. 호미를 들었다. 이 녀석들을
몽땅 소탕해버려야 불편한 마음이 해소될 것 같았고
너저분한 것을 싫어하는 촌부의 직성이 풀릴 것 같아
밭고랑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았다. 참으로 잡초들의
종류도 가지가지, 온갖 잡초들이 제자리인냥 떡하니
자리잡고 자라고 있다. 호미를 들이대고 맨손으로도
뽑았다. 농작물이 이렇게 잘 자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지금 자라고 있는
채소들이 질긴 잡초 근성을 반이라도 닮았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누군가 그랬다. 농사는
잡초와의 싸움이 반이상이라고... 그렇다면 이 촌부는
과연 잡초와의 싸움에서 이겼을까? 글쎄다.
올해 대파농사는 잘 되었다. 지지대와 끈을 묶어주기
까지 했다. 그래도 또 자빠지는 녀석들이 있어 한 줄
더 묶어주었다. 이제서야 안심이다. 김장때까지는 잘
견딜 것 같다. 옆 이랑에는 두 번씩이나 씨앗을 뿌린
무우가 이제서야 싹이 트고 떡잎이 나와 제법 자랐다.
머잖아 본잎이 나올 것 같다. 지난해 망친 무우농사라
올해는 조금 일찍 씨앗을 뿌린다는 것이 묶은 씨앗을
뿌리는 바람에 발아가 되지않아 오히려 더 늦은 감이
없잖아 있어 잘 될런지 반신반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함께 일하는 분께서 주신 배추와 쪽파는 지금까진 잘
자라고 있다. 모종을 너무 많이 주어 여기저기 여백
있는 밭에 나눠 심어 배추밭, 쪽파밭은 구분이 없다.
아내는 처음 쪽파씨를 밭에 심어봤는데 예쁘게 올라
오는 쪽파 새싹이 너무 신기하다며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가을채소를 심을 때 한 이랑에 씨앗을 뿌린
열무가 제법 많이 자랐다. 아직 어리지만 아내는 어제
처음 조금 뽑아다가 열무비빔국수를 비벼 먹었는데
맛이 아주 상큼하고 식감이 아삭아삭하여 좋더란다.
이맘때 내리는 비가 싫고 가을장마가 질 것이란 소식
또한 반갑지는 않지만 잦은 비에 잘 자라주는 텃밭의
가을채소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조금은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