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비가 내리는 아침에...
8월 27일, 음력 칠월 스무이렏날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이 비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인가? 빗소리에 일어나긴
했으나 비가 내려 딱히 할 일도 없다며 꾀를 부리다가
그래도 나가봐야겠지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반팔옷이
부담스러워 다시 들어와 얇은 가디건을 걸쳐입고 다시
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리는 비에 굳이 우산까지
쓰고서 밭에 나갈 필요까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아침이면 늘 하는 습관이고 버릇인지라 어쩔 수 없다.
밭에 들어서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여 웃었다.
구전동화에 나오는 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둔 어머니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지금 이 비가 오는 것이 좋은
점도 있고, 또 한편 싫은 점도 있다. 두 가지 상반되는
마음은 오늘같이 비가내리는 날에는 농부라면 촌부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에 모종을 심은 김장
배추와 씨앗을 뿌려 싹이 트는 무우, 열무, 청갓 그리고
쪽파에겐 절대적으로 비가 필요하니 좋은 것인 반면에
한창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고추를 비롯한 열매채소는
비보다는 햇볕이 더 필요하여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텃밭농사를 짓는 우리는 고추와 콩 뿐이지만 농촌에는
이맘때는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시기라서 더욱 햇볕이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늘의 뜻인걸..
그나저나 오늘쯤 붉은 고추를 따서 말리겠다던 아내는
비가 내려 그럴 수 없으니 서운해 하겠네. 한바퀴 밭을
둘러보고 들어오다가 어젯밤 아내가 대파 몇 뿌리 뽑아
오라는 것을 깜빡 잊어 다시 나가 뽑아서 대충 진잎을
가려서 뿌리째 들고 들어왔다. 파뿌리를 버리면 혼난다.
파푸리는 깨끗이 씻어 말렸다가 국물 육수를 낼 적에
사용한다고 하여... 그나저나 오늘은 비가 내리니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뭐하나? 아하! 마침 오늘이 봉평 오일
장날이구나! 장구경이나 하고 와야겠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멀리 경기도 광주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집에 오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거의 저녁무렵,
하려고 했던 일을 할까말까 망설이다 해가 지기전에
마칠 수가 있을 것 같아 예초기와 낫을 꺼내 시작했다.
더덕밭 입구를 뒤덮은 환삼덩굴을 걷어내고 잘라내기
위해서... 해마다 자라나서 볼상이 사납고 속을 썩인다.
이놈의 환삼덩굴은 줄기와 잎에 잔가시가 돋아나 있어
조심하지않으면 긁히거나 찔려서 고생을 하게 된다.
어찌나 무성한지 쓰레기통을 타고 넘어와 주차장까지
넘어와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대충 낫으로 걷어내고
예초기를 들이대 덩굴을 몽땅 잘라버렸다. 시간 반이
지나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 하던 일을 멈춰야했다.
오늘 아침나절에 마저 해치우려고 했는데 비가 내려서
다음 기회에 마무리를 해야겠다. 볼상 사납던 더덕밭
입구가 훤해진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