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8월 26일, 음력 칠월 스무엿새날
이른 아침 기온이 13도까지 뚝 떨어지고 온통 자욱한
안개로 뒤덮힌 오늘을 맞이한다. 간밤에 내린 이슬이
촉촉하다.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느낌마저 드는 아침,
가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안개가 자욱한 걸로 봐서
한낮에는 햇볕이 좋을 듯하여 마음이 높인다. 가을엔
햇볕이 좋아야만 곡식이 익고, 과일도 익고, 또 우리가
잔뜩 기대를 하고 심혈을 기우리며 기르는 고추가 잘
익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슬에 바지가랭이를 적시며
고추밭에 나가 보니 빨갛게 잘 익은 고추의 양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아내가 나와보면 엄청 좋아할 것
같아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제 산골에는 여름꽃과 가을꽃이 사이좋게 뒤섞여서
피고있다. 대부분 꽃대가 촌부의 키보다 더 큰 것들이
대부분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야생화를 보면 너무
예쁘고, 너무 신기하고, 너무 오묘하고, 심지어 너무나
경이롭기까지 하다. 봄날 땅바닥에 깔려있다시피 했던
것들이 여름을 지나면서 차츰 꽃대가 올라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서 바람이라도 살랑거리면 수없이 많은
꽃잎의 무게를 못이겨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든 꽃들이 예쁘다는 느낌은 공통적인 것이지만 모두
저마다 특이한 특징을 가졌고, 저마다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야생화 관찰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촌부는 요즘 눈과 코가 호사를 누릴뿐만
아니라 마음도 생각도 온통 야생화의 피고지는 것에
푹 빠져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오늘은 촌부의 일기가 조금 늦었다. 어제 저녁무렵에
느닷없이 서울에서 막내매제가 큰처남 보고싶다면서
내려와서 함께 술을 좀 마셨더니 술기운이 남아서...
이 사람 어찌나 손이 커서 큼지막한 랍스타를 사갖고
왔다. 평소에 좀처럼 먹어보지도 못한 것이라서 한참
바라보았다. 먹는 법도 몰랐는데 매제가 일일이 까서
주는 것이었다. 촌부도 촌부지만 아내가 어찌나 좋아
하며 맛있게 먹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했으나 한편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음식을 사준 기억이 전혀
없었으니... 매제 덕분에 촌부도, 아내도 아주 신나는
호사를 누렸다. 고맙다! 그뿐만이 아니었고 또 2차로
매제와 함께 인근에 있는 평창한우 고깃집에 택시를
불러 둘이 다녀왔다. 이래저래 매제에게 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또 있구나! 친정집
큰 올케에게 필요한 것이라며 막내 아우가 식탁위에
놓고 쓰는 인덕션과 많은 그릇들을 보내왔다. 아내가
너무나 좋아한다. 보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밭에서 수확한 줄콩, 노각, 호박, 오이지 같은 것들을
조금씩 싸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