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힘들어서 어떡해?
8월 7일, 음력 칠월 초이렛날
제 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부산으로 상륙하여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되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여름날의
잦은 태풍은 우리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도시는 물에 잠기는 불상사가 생겨 그렇고, 어촌에선
바다에 조업을 못나가 생업에 지장을 초래해 그렇고
농촌에서는 힘들여 지은 농사를 망치게 되니 불청객이
아니겠는가? 이번 태풍은 조기에 소멸되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경남으로 상륙하여 경북을 관통한다는
태풍진로에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영주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막내네에 피해가 있을까봐 노심초사를 했었다.
어제 일기에 태풍의 진로가 바뀌기를 바랬는데 아예
조기에 소멸이 되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놈의 태풍은 소멸은 되었으나 그냥 갈 수가
없었는지 밤새 많은 비를 쏟아부었고 지금도 계속해
비가 내리고 있다. 우리고장은 6시 현재 96.3mm가
내렸고, 오늘도 꽤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한다. 지금도
강풍주의보와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다니 걱정스럽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네 삶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이라서 하루도 근심 걱정이 떠날 줄 모르고 산다고...
도시를 떠나 산골살이를 하면 이런저런 걱정없이 그저
유유자적하며 살게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늘
날씨에 민감하게 되고 신경 쓰이며, 이래저래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일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이란 것도 내게 주어진 나의 삶을 위하여 필요한
자극제와 같은 것이려니 하며 살기로 한다.
"영감탱이 힘들어서 어떡해?"
어제 저녁식사를 하며 아내가 촌부에게 했던 말이다.
그러고보니 참 바쁘게 정신없이 하루를 지낸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수도 모터 이상이 생겨 모터울을 열고
장마철에 스며든 물을 퍼내고 부속 하나를 교체하고
있는데 마을 아우네 제수氏가 전화를 하여 옥수수를
따놓았으니 빨리 가져가라고 했다. 무우 작업을 하러
밭에 나가야 해서 집을 비운다기에 하던 일을 멈추고
부랴부랴 갔더니 부탁한 옥수수는 그물망에 넣어놓고
별도로 우리 먹으라며 많이 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무우와 우리가 심지않은 고추를 바리바리 챙겨주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없는 고맙고 감사한 정을 듬뿍 받아
왔다. 오자마자 아내와 함께 택배 작업을 했다. 이곳
산골에 살면서 형이라고, 오빠라고, 매형이라고, 동서
라고, 형부라고 딱히 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이 한
철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옥수수라도 조금씩 보내려고
마을 아우네 부탁을 한 것이었다. 택배 작업을 마치고
다시 모터울에 들어가 부속 교체를 했다. 다행이 물은
이상없이 잘 나왔다. 막내동서 장서방에게 응급처치
하는 방법을 배워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모르겠다.
아침나절, 드디어 힘든 고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예초기를 꺼내 짊어지고 또 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장마철 내내 빗물을 듬뿍 머금어 엄청 자라버린 온갖
풀들, 바로 잡초 제거를 위하여 나선 것인데 하필이면
이런저런 일이 많아 분주해 일의 순서가 바뀌어 해가
중천에 떠있어 작업하기에 힘이 좀 들었다. 그렇다고
마음 먹은 일이고 시간이 안맞으니 강행하는 수밖에...
보도블록 사이에도, 길 양옆에도, 장모님댁 앞뒤에도,
돌계단 사이에도, 밭길에도, 두 아우네 집앞에도 아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을 만큼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촌부에게 맞짬을 뜨자며 싸움을 걸어오니 받아줄 수
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올들어 벌써 다섯 번째
싸움이다. 염천(炎天)에 예초기 작업을 하는 것이 좀
무모한 짓이지만 꼭 해야 할 곳만 하기로 했던 것이라
땀이 비오듯 힘들었지만 해치웠더니 마음이 개운하다.
이 일만 했더라면 괜찮았는데 고추밭에 들어가봤더니
고추가 상해서 떨어지는 것이 보여 부랴부랴 칼슘제
살포를 한 것이 좀 무리였나 싶다. 칼슘제를 희석하여
담은 20kg의 물통을 두번 씩이나 짊어지고 좁다란
고추밭고랑을 다니며 엽면시비를 했더니 너무 힘들어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제대로 된 고추를 수확하려면
어쩔 수없는 일이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