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세월 참 빠르네.
어느새 꽃대를 잘라야 할 시기가 되었다. 꽃이 피었을
때는 그렇게 예쁘게 보이더니 꽃이 지고 씨앗이 맺혀
그 씨앗 마저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떠나버린 꽃대의
모습은 너무나 쓸쓸해 보인다. 잎파리 끝까지 올랐던
물기는 햇볕에 말랐는지 바람에 말랐는지 모르겠지만
촌부가 알기로는 겨울나기를 위해 모두 땅속 뿌리로
내려보냈다고 알고 있는데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식물의 세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오묘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 세상 모든 사물들의 생과
사는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저마다 특성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자라는 환경은 같을지라도 잎이나
줄기가 다르고 꽃이 피는 모습도 다르며 번식을 위한
씨앗이 맺히고 그 씨앗이 다시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한 방법도 많이 다르다. 식물은 한해살이가 있는가
하면 두해살이, 세해살이도 있고 여러해살이도 있다.
식물학자가 아니기에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지금껏
집주변에 자라는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많은
야생초의 자라는 모습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는 그 이상으로 촌부의 일상이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촌부는 보고 또 보고, 살피고
또 살피며,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감동하는 꽃들의
꽃대 자르는 일을 한다. 꽃이 피었을 때 일일이 확인
하지는 않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들도 있고, 번식
하여 식구를 늘린 것들도 있으며, 지난해는 있다가
올해는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반면에 촌부도 모르게
새로 나타나있는 녀석들도 눈에 띤다. 바로 이런 현상
때문에 야생화 종류별 군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촌부네 앞뜨락 모습이다. 사실 처음엔 앞마당이라고
부르며 잔디를 깔았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잔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심지도 않은
온갖 야생초들이 자라나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마침 이곳에 오면서부터 야생화에 관심을 쏟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는 오히려 잘 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우리는 앞마당이라 부르지를 않고
앞뜨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남이 보면 온갖 풀들이
무성한 풀밭이요, 우리 부부 눈에는 더 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런 꽃밭인 것이면서 자연산 채소밭인 것이다.
여기에는 뿌리를 먹는 더덕이며 잔대, 삽주도 자라고
잎을 나물로 먹는 참취, 개미취, 곤드레, 머위, 질경이
같은 종류도 자라고 있다. 약재로 쓰인다는 여러종류
야생초들도 함께 자란다. 다만 개망초라던지 쇠뜨기
같은 번식력이 강하여 다른 야생초를 괴롭히는 것은
가차없이 뽑아 제끼는 심술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꽃대를 자르려고 하니 가을이 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더덕이나 도라지, 곤드레와 같은 것은 씨앗을 별도로
씨앗을 받아놓았으나 그 외 다른 야생초들은 저절로
떨어지거나 날리게 그냥 두었다. 그래서 지금 물기가
빠진 꽃대는 그냥 낫으로 자르거나 예초기로 베려고
한다. 자른 꽃대는 퇴비장으로 보내거나 씨앗이 붙어
있는 꽃대는 절개지에 갖다놓으면 썩어 거름이 되고
떨어지는 씨앗이 자라면 그곳이 또 꽃밭이 되리라는
생각에 몇 해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지난 여름날
예초기 짊어진 이후 한참만이고 올해는 마지막이 될
예초기 작업을 슬슬 시작해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