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두 계절의 공존
너무나 짧은 계절, 가을은 긴 시간을 예고하는 겨울에
등을 떠밀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다. 여느 해에
비하여 한 보름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계절의 변화에
당황스럽다. 뭐 오고가는 계절이야 당연한 것인데 웬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산골살이 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 기후의 변화에 더 민감해지는 것을
느끼고 체험을 하게 된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가을이란 계절은 풍성한 수확의 기쁨과 더불어 주변
풍광이 단풍으로 물들어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그 어떤 계절 보다 몸과 마음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것
같다. 설마 이 촌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테지?
추위가 오기전에 해야 할 일들이 산재되어 있어 그런
이유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여 가을이란 계절은 너무
짧아서 그런 것이 더 큰 이유이라고 생각된다. 오가는
계절의 길이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겠지만 자꾸 예전 사계절이 뚜렸했던 걸 잊지못하고
있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혹자들은
이제 우리나라의 기후도 머잖아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릴
적 교과서에 나왔던 "4계절이 뚜렷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라는 표현도 없어지려나?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예쁜
꽃을 피워 드나들 때마다 고개숙여 인사를 하는 듯한
다알리아가 불어닥친 추위에 잎파리와 줄기, 심지어
꽃까지 폭삭 절여놓은 듯 뜨거운 물에 데쳐놓은 듯이
사흘째 내린 찬서리와 영하의 기온에 못견디고 그만
끝나 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웬만한 꽃들은 모두
추위에 시들어 버렸지만 그래도 꿋꿋한 것은 야생화...
산국이 그렇고 때늦게 핀 달맞이꽃 몇 송이도 잘 견뎌
주어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이제부터 산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알록달록, 형형색색, 만산만홍이 되려고
하는데 심술궂은 겨울의 앞자락인 추위가 훼방꾼이
되어 나타나 좋은 계절 가을을 괴롭히고 그 뿐 아니라
이 촌부까지 속상하게 한다. 이렇게 찬공기와 찬서리,
얼음이 어느 날이 더 지속된다면 가을채소는 성장이
멈추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장은 물론 시래기를
만드는 것도 문제가 되지않을까 싶어서 걱정이다.
너무 빨리 와버린 추위에 산골은 두 계절의 공존으로
한동안 지속이 될 것 같다. 농작물은 성장을 멈추게
되고 미처 예쁘게 물들기도 전에 추풍낙엽이 되어서
땅바닥에 나뒹굴게 될 나뭇잎, 피었던 꽃들도 씨앗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사그라지게 되겠지 싶다.
가을이 가기도 전에 겨울이 함께하는 이런 두 계절의
공존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자꾸만 옛날이 그리워진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때가...
때이른 가을 추위가 사흘째 이어져 기온은 어제보다
조금 덜 떨어져 영하 2도, 하지만 검정 아파트 슁글을
씌운 지붕 위에는 서리가 더 많이 내려 마치 겨울날에
하얀 눈이 내린 듯하다. 일교차도 꽤나 심한 요즘이다.
이른 아침과 한낮의 기온차가 20도를 넘나드는 것...
그나저나 언제쯤 평년 수준의 날씨를 회복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