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수박 한 덩어리에 행복을 느끼다!
이른 아침, 사방은 안개로 뒤덮히고 밤새 내린 이슬이
촉촉하여 느낌이 좋았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그 이유야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촌부가 느끼는 것은 요즘같이 극심한 가뭄에 이나마
이슬이라도 내려 촉촉해지면 농작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이슬 한 방울도 참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런데 기상예보에 대형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할 것이라고 하니 이 또한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폭염을 잠재우고 가뭄 해갈이나 될 정도이면 좋겠다.
어제 아침 텃밭에 나가 꽤 큼지막한 수박 한 덩어리를
따왔다. 아내가 밭에서 바로 딴 것을 먹는 것 보다는
냉장을 시켰다가 먹는 것이 시원하고 맛있다고 하여서
"마나님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라고 농담을 하며
따왔더니 겉을 씻어 쪼개려고 칼을 대는 순간 쩍~하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속이 아주
빨갛게 잘 익었다는 증거라는데... 아내는 수박을 냉장
보관할 때는 꼭 수박을 한 입 크기로 파서 용기에 담아
보관을 했다가 시원하게 되면 수박 화채처럼 먹는다.
쪼갠 수박을 한 조각 맛보라며 주는데 아주 달고 물이
많다. 폭염에 가뭄까지 들었지만 올해 수박농사는 잘
지었다. 벌써 몇 통을 따다가 먹었는지 모르겠으니...
만년 초보 텃밭 농사꾼이 이 정도 수박을 수확했으니
초보치고는 수준급이라나 뭐라나... 아내의 칭찬이다.
수박밭에 드러누워 익고 있는 수박만 해도 7~8통은
될 것 같은데 한꺼번에 익으면 장모님과 셋이서 먹긴
많은 양이라 이웃과 나눔을 해야할까 보다.
저녁무렵 용기에 담아 냉장을 해놓은 수박을 가지고
큰처남댁에 갔다. 고구마 줄기를 따다가 먹어라기에
마땅히 가지고 갈 것이 없어 가지고 갔는데 맛이 너무
좋다며 앉은 자리에서 다 드시는 것이어서 뿌듯했다.
수박도 농사를 지어 나눔을 하였으니 이 또한 농사를
지은 보람이 아니겠는가? 집에 오자마자 아내와 함께
밭에서 수박 한 덩어리를 더 따왔다. 이걸 딸까 저걸
딸까 망설이며 고르는 재미도 좋다. 집에 들어와 반을
쪼개보니 이번 것도 아주 잘 익었다. 역시 속을 파내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렇게 수박을 길러
벌써 여러개 따다 먹으니 뿌듯하긴 한데 우리만 먹어
좀 그렇다. 아우들도 수박을 좋아지만 특히 멀리 나가
있는 조카 딸내미가 수박을 무척 좋아하는데 택배라도
보내야 하나? 택배를 보내면 좋기는 하겠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아서 그저 딸내미 생각하는 마음만
보내려니 그것도 좀 그렇다. 아내도 수박을 먹으면 꼭
조카 딸내미 생각이 난다고 말하며 아쉬워 하는데...
여름 과일의 대표격인 수박과 참외를 우리가 길러서
먹는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수박 한 덩어리에
행복이 느껴진다면 과장된 표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