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소소한 즐거움...
물 한잔
이른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냉수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꽤 오래전부터 이어오는
촌부의 습관이다. 아침일을 시작하기전 밤새 잠을 잔
위장도 깨워주고 덜 깬 정신도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깨워서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물은 수도를
틀어서 바로 받아서 마신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자연 생수를 마시는 것이다.
우리 물은 지하 150m에서 올라오는 암반수이면서
도시의 수돗물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된다.
물맛도 좋을 뿐더러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는 물이라
그 어떤 물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사시사철 언제라도
이런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은 산골살이 특혜일테지?
과일쥬스
요즘은 아침에 잠시 바깥일을 하고 들어오면 아내가
토마토 쥬스 한 잔을 만들어 준다. 우리 밭에서 기른
것이라 그런지 더 신선하고 맛이 좋은 느낌이 든다.
토미토가 제철이라서 거의 대부분 아침으로 쥬스를
마시는 것이다. 토마토가 밭에서 따오기 전에는 주로
냉동 저장한 블루베리나 오디를 넣고 바나나와 함께
갈아서 먹곤한다. 매일 아침 식사전에 마시는 한잔의
과일쥬스나 각종 차는 머리도 맑게 하고 몸에도 좋은
것 같으며 마음까지 흐믓하다. 과일 자체도 좋겠지만
아내의 정성이 가득 들어 있어서 더 좋은 것 아닐까?
산골부부는 오늘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에 젖어 산다.
옥수수
우리는 이곳 강원도 특히 평창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옥수수를 심지 못한다.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좀
외따로 떨어진 산기슭이라서 멧돼지,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이 출몰을 하여 쑥대밭을 만들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를 주업으로 하지도
않을 뿐더러 굳이 애를 써가며 야생동물들과 싸우고
싶지가 않다. 옥수수 좀 먹자고 철사로 된 보호망을
봄엔 쳐야하고 가을엔 걷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아예 옥수수 농사는 못한다기 보다 안하고 있음이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마을아우가 우리가 심지않는 걸
알고 해마다 이따금씩 옥수수를 먹을 만큼 주고 있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아내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엊그제 서울사는 친구가 옥수수를 부탁하여 팔 것이
있는가 하고 내려갔더니 여유가 좀 있다고 하여 양쪽
소개를 하고 올라왔다. 다음날 제수씨가 전화를 하여
내려와서 옥수수 좀 갖다 먹어라 하여 염치불구하고
가지고 왔다. 오랫동안 서로 친분을 쌓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아우네와는 이제 형제간처럼 지내고 있다.
늘 봄날 밭갈이부터 시작하여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 미안하지만 촌부도 나름 작은 것 하나라도
서로 나누고 있다. 이런 것이 서로 더불어 사는 좋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다.
연일 내리는 비가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은
잠시 멈춘 것이지 아님 주춤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예보에는 계속 비소식이 이어진다. 그만 와도 되는데
아니 이제는 안와도 되는데... 어제 저녁무렵에 잠시
고개를 내민 햇볕이 어찌나 반갑고 좋았는지 모른다.
이제부터는 뜨거운 햇볕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비춰
오곡을 여물게 하고 백과가 잘 익게 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