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렇게 기쁠 수가...
올해는 어쩐지 호박을 제대로 수확하지를 못했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하며 매일 풀섶을 뒤적거렸으나
발견을 못했다. 그렇다고해서 전혀 열리지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먹을 만큼은 열려서 따 먹었다. 다만
심은 모종에 비해 수확량이 줄었다는 것인데 촌부가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고 여느해 같으면 이웃들과
나누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겨우 우리가 먹을 정도...
그런데 밭에 심은 호박의 넝쿨이 밭가의 조팝나무를
타고 아랫쪽으로 넘어간 흔적이 보였다. 어린 잣나무
가지에도 잔뜩 넝쿨이 뒤엉켜 있다. 또한 아랫쪽으로
향한 덩쿨이 있다. 밭을 내려가 보았더니 이럴 수가...
잘 보이지않는 곳에 호박이 자라서 군데군데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이럴 때 이런 말을 쓰겠지?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네."라고... 반갑고 좋다!
설마 조팝나무와 잣나무 가지 사이에 호박이 열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촌부가 호박이 덜 열린다고
성화를 했던 것이다. 벌써 다 자라서 익어가는 것도
있다. 이미 애호박으로 따 먹기에는 틀렸으니 놔두고
익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가느다란 조팝나무가지가
호박의 무게를 지탱하려나 모르겠네. 이미 휘어져서
휘청거릴 정도인데... 호박을 발견하니 기분은 좋네!
그 뿐인가? 몇 그루 심은 단호박도 마찬가지, 나무를
타고 이리저리 넝쿨을 뻗어 사방에 퍼져나가고 있다.
앵두나무 가지가 휘어져 있는 주변 풀섶을 뒤적거려
보니 커다란 단호박 두 개의 무게를 못이겨 그랬던 것
이다.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크게 자라서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 조팝나무 울타리 밑에 내려가보았더니
그물망 사이에도 이미 열린지 제법 오래된 것이 하나
눈에 보인다. 이렇게 멀리 넝쿨이 뻗어 호박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애초 심었던 밭주변 풀섶만 뒤적거렸던
것이다. 단호박은 좋은 먹거리가 될 것 같아 반갑다.
또 있다. 수박이다. 수박밭 풀섶에 숨어있는 큼직한
수박 한 통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따 먹은
것 세 통, 지금 밭에 떡하니 앉아서 익고 있는 세 통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개가 된다. 이 정도면 본전은 뽑고
남는 수박농사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익고있는 세 통
중에 두 통은 오늘쯤 인천 둘째네와 영주우 막내네가
집에 다니러 온다고 하니 온 식구가 모였을 때 따다
먹어야겠다. 모처럼 산골식구들이 다 모여 수박파티
하게 생겼으니 이 또한 기분좋고 즐거운 일 아닌가?
어제부터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 내리는 비는
무더위를 식혀주기는 하겠지만 그다지 반가운 느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엊그제 파종한 가을채소에게는 꽤
반갑고 고맙기는 하다. 씨앗을 뿌린 무우와 총각무우
그리고 모종으로 심은 배추에게는 단비인 것이겠지?
씨앗의 발아에 좋고, 모종의 활착에는 더 없이 좋은
것일테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네 삶에는 늘 이중성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쪽이 안 좋으면 또 다른
다른 한 편은 좋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마치 옛부터
전해오는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부모 심정
처럼... 하늘의 뜻이니 안 좋은 생각이나 걱정 보다도
좋은 쪽,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하자고 다짐해본다.
호박. 박 얘기를 하니. 나도 놀랐던 얘기다. 울집도 어머니가 그냥 장난으로 심었던 호박이 넘 여기저기
열려있어서 깜짝 놀랐다. 거름을 준것도 아니고 그냥 지 혼자 열렸었다. 밤나무 타고 꼭대기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그 무거운게 가느다란 자두 나무에도 매달려 있어 신기했다. 재밌는 자연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