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날씨는 더웠지만 보람된 일을...
8월이 시작되는 어제,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바깥일을 하긴
틀렸구나 싶었다. 이른 아침엔 늘 버릇처럼 이곳저곳
살피며 돌아다니는 촌부이다. 우의를 입고 우산까지
받쳐들고 밭을 한바퀴 돌고나서 넓은 정원에 걸음이
멈춰졌다. 바로 허브의 한 종류 타임(Thyme)밭이다.
지난 봄에 밭을 정리하여 유실수를 심어려고 했다가
다른 일에 밀려 내년으로 미루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잘 자라서 자그마한 꽃을 피워서 밀원을 이룬
타임을 어디론가 옮겨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않다.
어디로 옮길까 고민 하면서 올라오다가 장모님댁에
걸음이 멈춰졌다. 그다지 넓지는 않은 앞뜨락이지만
예전에 잔디를 심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잡초들에게
잠식을 당해 지금은 뜨락이라고 하기도 민망스럽다.
순간 번뜩이는 생각, 그래 여기다 타임을 옮겨심으면
잡초도 방지하여 잡초를 뽑는 수고도 덜게 될 것이고
허브정원이 되어서 예쁜 꽃도 피게 될테니 장모님께
좋은 선물이 되겠구나 싶었다. 때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지라 타임을 바로 옮기기에는 제대로였다.
구상한 생각을 어떤 방법으로 옮길까 머리 굴리면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장비를 챙겼다. 우선 마당 한가득
자라고 있는 잡초를 대충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허브밭에 가서 삽으로 타임을 흙이 붙은
상태로 떠서 손수레에 싣고 나르기 시작했다. 몇 번을
나르기도 전에 비가 그치더니 해가 쨍쨍 나오는 것이
아닌가? 작업을 계속 해야하나 아님 중단을 해야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아직은 내린 비로 인하여 땅이 젖어
있으니까 작업하기도 쉽고 옮겨다심는 타임도 제대로
자리를 잡으리라는 생각이 더 앞서 계속하기로 했다.
비온 뒤의 햇볕은 엄청 강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냥
땀이 비오듯 쏟아져 흘러 이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내가 돕겠다고 나왔지만 들여보냈다. 이제
조금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는데 땡볕에서 일을 하게
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고 남편으로서의 도리이며
배려가 아니겠는가? 그래도 아내는 땡볕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서 시원한 물을 갖다주고 수건에다 물을
적셔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목에 걸어주는
센스있는 아낙이다. 눈대중에 얼마 안될 것 같았으나
시작하고보니 장난이 아니다. 땡볕이라 이내 지쳤다.
오전일을 마치고 쉬었다가 햇볕이 조금 누그러지는
늦은 오후 다시 재개를 하였으나 이내 땅거미가 져서
일을 중단하였다. 가능하면 비오는 날이 좋은데 언제
또 비가 오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옮겨
놓으니 그런대로 보기도 좋다. 또 함께 기르던 야생화
'큰꿩의 비름'을 옮겨다 포인트를 주었더니 더 좋다.
장모님께서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진작 마당,
앞뜨락을 꾸며 드려야 했는데 잡초만 키워 죄송했다.
작은 효도(?)도 하고 보람도 느끼니 좋은 일을 했구나
싶다. 남은 일을 마저 빨리 마무리를 해야할텐데...
오늘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어제 옮겨심은 화초에
물을 흠뻑 주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걸 보니 낮엔
또 폭염일텐데 옮겨심은 녀석들 활착을 잘 하려는지
모르겠다. 정성을 다했으니 괜찮겠지?
참,어제 또 책선물을 잔뜩 받았다. 책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라서 보내주신 분께
너무나 고맙고 말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아내가
하는 말이 '올해는 우리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고 살을
찌우는 독서를 하라고 이렇게 책선물을 받게 되어서
복이 터졌네!'라며 좋아했다. 다시금 이렇게 많고 좋은
책선물을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린다. 그나저나 어떻게
보답을 해드려야 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