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초복날의 날구지...
루드베키아는 비가 내려도 활짝 피어 웃고
있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틀째...
아침에 산골아낙이 '더덕 한뿌리 캐다 줘요.'
라고 했다. 그러마 하고 밭으로 나갔지만 한
뿌리가지고 뭘 하려고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초복날인지를 몰랐다. 더덕 두 뿌리와
옆에 있던 잔대 한 뿌리도 캐가지고 냇물에
씻어서 갖다주었다. 알고보니 초복달임으로
더덕을 넣고 삼계탕을 끓여준단다. 더덕도
사삼이라고 하여 삼의 한 종류이니까 인삼
대신 그 역할이 충분한 것이라 산골에서는
더덕이나 잔대를 넣고 끓여 먹는다. 저녁에
술한잔을 곁들인 삼계탕을 맛있게 먹었으니
올여름은 끄덕없을 것 같다.
이틀째 비가 내렸으나 제대로 내리는 비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오락가락을
반복했을뿐 강수량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이번 비였다. 아침일은 오이덩쿨이 잘 뻗어
가도록 줄을 더 묶어주고 오이따기를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이의 수확이 많아서
기분이 좋고 따는 재미도 쏠쏠하다. 싱싱한
오이는 그냥 먹어도 아삭아삭 맛이 좋다.
토마토도 부쩍 자라서 비바람에 고개 떨군
녀석들이 있어 한 줄 더 묶어주다가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어 둔 밭고랑의 잡초를 뽑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우의를 입고 슬그머니 집을 나섰다. 장화를
신고 호미와 잡초를 담을 플라스틱통을 들고
밭으로 나갔다. 많이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잡초를 뽑아보니 잘
뽑혔다. 비가 내려서 밭고랑이 아주 촉촉해
호미가 별 소용이 없었다. 다만 뿌리에 흙이
묻어 잘 떨어지지를 않는다는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일의 능률은 날씨좋은 날에 호미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이슬비가
내리고 바람도 조금씩 불어 일을 하기에는
그다지 불편함이 없었는데... 밭고랑에 있는
잡초를 뽑고 있는데 우산을 쓰고 산골아낙이
나왔다. 날씨좋은 날은 놔두고 비오는 날에
뭐하냐며 성화다. 날구지하는 촌부다 왜?
오후에도 계속했는데 빗줄기가 굵어져서
날씨좋은 날 계속하기로 하고 일을 마쳤다.
잡초를 뽑아 깔끔해진 밭을 보노라니 기분이
아주 좋아 혼자 미소를 지었다. 이런 기분,
이 맛에 비오는 날 고생도 마다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