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열대야가 없는 산골...
한여름임에도 아침저녁은 서늘한 산골이다. 열대야에 잠을 못이룬다는 말은 이곳에서는 먼나라의 이야기처름 들린다. 심지어 몇몇 도시에서 휴가차 가족들과 함께 놀러오신 손님들은 밤에 보일러를 틀어 방을 뎁혀야 했다며 머쩍은 듯이 웃으며 이색적인 산골의 여름날 밤을 지냈다고들 한다. 쉬다가 다시 도시로 향하며 하는 말들은 아쉬운듯 다시 열대야를 겪으러 간다며 이곳 산골생각이 많이 날 것이라고들 한다. 하기사 이곳은 저녁무렵 해가 떨어지고 나면 반팔 여름옷이 부담스러울 정도이니까 그럴만도 할 것이다. 촌부를 비롯한 산골식구들도 오랜 도시생활을 경험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제 오후 서울에서 오랜 검사생활을 접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활발하게 활동중인 친구가 부인과 함께 다니러 왔다. 밭에서 일을 하다가 작업복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냥 달려 내려가 맞이하였다. 온통 땀에 젖어 범벅이 된 몰골과 차림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내차림이 엉망이라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나서 친구부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왔으니 없는 시골반찬이지만 집에서 식사를 하며 술이나 한잔 나누자고 했더니 부부가 극구사양을 했다. 일하느라 힘든데 손님까지 치러서야 되겠냐며 밖에 나가서 먹자고... 결국 우리가 져서 밖에 나가 산채음식을 하는 집에서 시골스런 음식과 함께 술한잔 나누고 집에 올라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친구가 아니면 못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렇게 산골의 밤은 깊어 갔다. 우리를 생각해주는 친구부부의 배려가 무척 고맙기는 하지만 미안해서 어떡하냐며 아내가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여름꽃들은 꽃대가 쑤우욱 올라와 꽃이 핀다. 요즘 피는 꽃들 중에 특이한 모습으로 예쁜 꽃을 피우는 녀석이 있다. '키다리 인형'이란 꽃말을 가진 금꿩의 다리라는 녀석이다. 키가 거의 2m는 족히 되는 것에 비해 잎과 꽃은 아주 작다. 왜 이런 이름이 붙였을까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꽃이 만개하면 수술이 황금색이며 다리가는 꿩의 다리를 닮아서라고 하는데 이해가 잘 안된다. 자세히 보면 아주 자그마한 꽃이 여러개 모여 피는 모습이 참 예쁘기는 하지마느 키가 워낙 커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의자까지 동원하여 겨우 몇컷 찍어 보았다. 야생화들의 세계는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함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나 할까?
근데 복중에 냉주한잔은 좋드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