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오늘 하루도 풀과 함께...
2025년 6월 28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유월 초나흗날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후덥지근하고
한낮에도 온도는 물론 습도까지 높았다. 더운
것도 힘든데 습하기까지 하여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아랑곳않는 모양이다. 중앙통로에 핀 예쁜 꽃들
노란꽃 금계국과 하얀꽃 데이지의 조화가 좋다.
여기저기 톱풀도 하얀꽃을 뽐내고 참나리 피기
시작했다. 아마 하루도 빠짐없이 꽃과 함께하는
산골살이가 아닌가 싶다.
월말이라 오늘부터 나흘간의 쉼은 시니어 일의
매력이다. 여행을 갈까 생각했지만 아내가 하는
시니어 일, 학교는 촌부가 나가는 식물원과는 좀
달라 시간이 안맞는다. 가끔씩 일치가 되는 달이
있기에 이번에는 그냥 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에 오이 수확을 했다. 드디어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등장한 것이다. 엊그제 첫 수확은 좀
많았으나 오늘은 그 절반 정도인 여나무 개 밖에
안되지만 이 정도 수확도 오감타 하며 기뻐한다.
아내는 아침부터 마늘 껍질을 벗기는 마늘까기에
열중이다. 쉬엄쉬엄 하라고 해도 아랑곳 않는다.
올해 남해 마늘 품질이 여느해도 좋았지만 더욱
더 좋단다. 해풍을 맞고 자란 고향 남해 마늘이라
괜시리 어깨가 으쓱한다. 이렇게 갈무리를 하여
내년 이맘때까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반찬의
맛을 내는 양념으로 쓰이게 된다.
산골살이의 하절기는 풀과 함께하는 시간, 날이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닌 것이다.
단지의 곳곳은 예초기로 서너 번을 깎아야한다.
하지만 예초기를 들이댈 수 없는 집주변은 호미,
낫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전날 축대의 풀정리를
한 것에 이어 오늘은 그 윗쪽 마당가에 꽃밭에서
풀을 정리하고 마당의 자잘한 야생초를 뽑았다.
꽃밭은 종류별로 군락을 만들어 기르지만 하도
풀씨들이 번져 조금만 방심하면 온갖 야생초들이
무질서하게 자라난다. 초봄부터 뽑아내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능한 구분하여
기르며 관리하곤 있지만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뽑아내고 있는 풀도 정해놓은 곤에 모여있으면
어엿한 화초지만 다른 야생초 군락을 침범하면
잡초로 취급, 과감하게 뽑아낸다. 오늘도 그랬다.
장독대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삼지구엽초,
참나리, 할미꽃, 아스파라거스, 과꽃을 제외하고
그곳에 침범하여 자라는 나머지는 다 뽑아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맨흙을 밟을 수 있는 마당에도
심지도 않은 엄청 많은 종류의 풀들이 자라난다.
수시로 뽑고 또 뽑아도 소용이 없다. 마치 촌부의
인내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 생각컨데 자연은 참
대단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심지않은
풀이 자라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않게 씨앗이
날아와 자라는 것을 보면 자연의 이치라고 할까,
아님 자연의 섭리라고 할까? 세상의 모든 식물은
스스로 번식을 위한 능력과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며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찮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골살이는 하찮은 풀과의 다툼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하절기이라서
오늘 하루도 풀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