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여간 못말리는 영감탱이야!
2025년 6월 21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오월 스무엿샛날
장맛비가 내리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하루였다.
6월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시작됐던 더위는
장맛비에 식었는지 아침도, 한낮에도, 저녁에도
기온이 20도 언저리에 머무르고 종일 비슷했다.
오전에는 비가 내려 아무일도 못했지만 오후엔
내리는 듯 마는 듯하여 움직일 수가 있어 좋았다.
그렇다고 급한 일도 없을 뿐더러 딱히 서두르며
해야하는 일도 없다. 집안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
것 같아 자꾸 바깥으로 나돌게 된다. 아내 말에
의하면 "도대체 바깥에 뭐가 있어 지남철에 딸려
가듯 밖에 못나가 안달인가 모르겠소?"라고...
하절기에는 딱히 별 일이 없어도 밖에 살다시피
하여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오늘도 그랬다.
장맛비를 맞아 후줄근하게 보이는 인동꽃이 좀
안스럽다. 피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눈에 띄었다. 우리 단지 모든 야생화와 조경수는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들이 스려있다. 인동덩굴
또한 그렇다. 오래전 옆마을 아는 집에 놀러가서
그 집에서 인동덩굴 서너 그루를 얻어와 우리집
옆쪽 축대옆 부근에 심었다. 그랬는데 오랜 세월
번식이 되어 너무 무성하여 아내가 뱀이 나올 것
같다고 하여 큰밭가 절개지에 옮겨 심을 것인데
지금은 얽히고설켜 한 무더기가 되었다. 인동은
겨울을 이겨내는 엄청시리 강인한 야생초이다.
꽃은 흰색으로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한 다음
지는 꽃이라서 일명 금은화(金銀花)라고 한다.
어제 비를 맞으며 인동초 앞에 코스모스를 심은
것인데 싱싱하게 자리를 잘 잡은 듯하다. 모종은
비오는 날 심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이라 여긴다.
이 촌부는 늘 바깥에서 일을 찾아서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다 일이라고 했더니만 아내는
"하여간 못말리는 영감탱이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을 허구헌날 일을 만들어 하고 있으니
일중독자가 아니고 뭐겠어? 제발 그만 좀 해라!"
라고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하고싶은 일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 어떡하겠는가? 야생초는 거의
손을 보지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자라며 꽃이
피는 것이지만 나름 보기좋게 하려고 덩굴식물은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줄을 늘어뜨려 주기도 하고
키가 큰 것은 꽃이 피면 무게를 못이겨 비바람에
자빠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곳곳에 재활용 막대기가 꽂혀있으며
여기저기 늘어뜨려 놓은 줄을 타고 덩굴이 뻗어
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차피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하려는 것이면
온전한 모습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 시도때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손을 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로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까?
예를 들면, 덩굴성 더덕, 매꽃은 줄을 늘어뜨려
주고 큰 키, 긴 꽃대로 잘 자빠지는 잔대, 동자꽃,
겹삼잎국화, 좁쌀풀, 투구꽃, 큰까치수영, 곤드레,
참취, 개미취...등은 수시로 지지대를 세워준다.
그런 일을 하고 아무때나 잡초가 보이면 곧바로
뽑거나 캐게 되는 예정에도 없는 일을 하다보니
바깥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오늘 처럼
비가 내린 날에는 쑥쑥 자라는 오이덩굴 고정도
하고, 방울토마토 곁순 따주기도하고, 웃거름을
주기도 하여 한시도 게을리 할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