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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꼬마 눈사람 


2025년 1월 12일 일요일 

음력 甲辰年 섣달 열사흗날  


이른 아침 일어나 스마트폰을 열자마자 하나의 

재난안전문자가 뜬다. 한파경보가 이어진다고... 

폭설에 이어 몰아친 한파경보가 꽤 오래 간다. 

오늘로 며칠째인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된 것 

같은데 기억도 가물가물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살다보니 기억력도 감퇴되는 것인가? 젠장~~ 

오늘 아침 기온 영하 20도, 이젠 완전히 마음도 

몸도 한겨울 모드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춥긴 춥다. 이번 추위는 꽤 꼬리가 길게 늘어진 

느낌이다. 그 옛날처럼 삼한사온(三寒四溫)의 

겨울날이 그립다고나 할까? 


밤새 미지근하게 뎁힐 만큼의 보일러가 돌았던 

모양이다. 실내공기가 차다. 부랴부랴 난롯재를 

버리고 난롯불을 지폈다. 장작을 들여와야했다. 

하절기에 밭에서 채소를 담아 나르던 바구니를 

자연마트 장바구니라고 했었는데 지금 겨울엔 

장작 바구니로 변신했다. 이래저래 다용도이다. 

장작을 넉넉하게 마련해 놓았더니 이렇게 아주 

풍족하게 쓴다. 물 쓰듯 장작을 팡팡 때고 산다. 

시쳇말로 아주 헤프게 쓰는 걸 '팡팡'이라 하지? 

어쨌거나 장작 팡팡 때며 따뜻하게 모진 겨울을 

날 수 있음이라 좋고 나름 이런 것도 호사이며 

복이라고 여기며 사는 산골살이다. 


촌부의 마음은 오락가락이다. 눈이 내리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고 마치 어린아이가 경기(驚氣)를 

하듯 꺼려하긴 하지만 날씨 좋은 날에 여유롭게 

바라보는 설경은 너무나 좋다. 기분이 평화롭고 

마음을 참 평온하게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어제 카페에 왔던 손님들이 데리고 왔던 도시의 

아이들이 데크에 잔뜩 쌓인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참 오랜만에 보는 눈사람이 너무 

정겹게 보인다. 어린아이가 없는 우리집이라서 

그렇게 눈이 많이 내려도 눈사람을 만들 생각은 

못하고 살았다. 나이듦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정서적으로는 

메마른 삶을 살았구나 싶기도 하다. 그 옛날에는 

어린 조카 딸내미를 위해 함께 눈사람을 만들곤 

했던 그 기억이 난다. 꼬마 눈사람을 보며 그때 

그 추억이 소환되는 느낌이라서 미소를 지었다. 

20년도 더 지나간 옛 추억이다. 


요즘같은 겨울날에는 눈만 뜨면 눈을 보게 된다. 

앞마당 야외탁자에 켜켜이 쌓인 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내는 백설기떡 처럼 보인다고 

했다. 정말로 그렇게 보인다. 알기로 백설기떡은 

어린아이의 백일이나 돌잔치 때에 만들어 먹는 

떡으로 기억한다. 떡을 무척 좋아하는 촌부지만 

근래에는 백설기떡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이 봉평 오일장날인데 장골목에 있는 

떡방앗간에 가면 백설기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있으면 한 조각 사먹고 싶은데... 그뿐만이 아닌 

또다른 먹는 것 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장독대 

위에 얹혀있는 덜 녹은 눈은 마치 케익 모양이다. 

누구 생일도 아니고 무슨 기념일이 아니긴 해도 

장독대 위에 쌓인 눈을 보니 케익도 먹고 싶다. 

허구헌날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촌부인데 먹는 

것을 이렇게 챙기고 밝히고 있으니 문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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