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세상 하나뿐인 털모자
2025년 1월 9일 목요일
음력 甲辰年 섣달 초열흘날
영하 17도,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엄청 더 낮을 듯하다.
삭풍(朔風)이 불어제껴 추위를 더 느끼게 한다.
살을 에이는 듯하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지
싶다. 그뿐만이 아니다. 간밤에 예보도 없었던
눈이 내려 땅바닥을 살짝 덮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자연현상, 희안한 날씨의 변화가 놀라웁다.
한파경보가 내려졌단다. 한마디로 매우 춥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을 실감하게 된다. 어제 늦은 오후 갑자기
눈발이 날렸다. 의아해 하며 효붕이를 아랫쪽에
내려다 놓아야겠구나 싶었다. 눈만 내리면 하는
일이다. 산중턱에 사는 이 사람의 겨울철, 눈이
내리는 날의 애환이다. 그런데 잘했구나 싶다.
많은 눈은 아니지만 간밤에 또 내렸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일찍 치과 예약이 되어있어 나가야
하는데 혹시나 눈으로 인해 못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아 효붕이를 내려다 놓은 것이라 다행이다.
잠시잠깐 바깥에 서있어도 몸이 오싹할 만큼의
강추위에 걸어서 내려가려면 꽤나 추울 것 같다.
엊그제 아내가 선물로 손수 떠준 털모자를 쓰고
내려가면 괜찮을 것이다. 오늘같은 날을 위하여
아내는 촌부를 위해여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뜨개질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
진다. 아내와 처제들은 꽤 오래전부터 뜨개질을
하여 꽤 수준급이다. 내 생각이다. 그런 아내가
어느날 난롯불을 지펴놓은 거실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뭘 뜨고 있는거야?" 라고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날 밤에 뜨개질을 하고 있는
아내 옆에 앉아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느닷없이 "이리 좀 보시오!" 하더니만 털모자를
씌워주는 것이었다. "이게 뭣꼬? 내 모자였어?"
라고 했다. 너무 따뜻하고 아주 좋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털모자, 모자 접히는 부분에 이니셜을
새겨놓았다. 성을 영어로 표기한 Lee字를...
이 털모자라면 올겨울 추위는 끄떡없지 싶다.
내 아내의 따뜻한 마음, 훈훈한 정성이 오롯이
전해져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