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첫 번째 고추끈 묶기
2022년 6월 18일 토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스무날
사나흘 가뭄을 잠재우는 비가 내려 무척 좋았으나
어제부터 다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초여름이
시작되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안개 자욱한
것을 보니 날씨가 좋아 한낮은 꽤나 더울 것 같다.
초여름에 접어드는 때라서 그러려니 해야겠지만...
아침에 단지를 돌며 여기저기 살피다보니 여름꽃
꿀풀이 꽃을 피웠다. 얼마나 달달하면 꿀풀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뿐만아니라 '추억'이라는 꽃말의
유래가 궁금하긴 하지만 그것까지 알아야 할 필요
없겠지? 그런데 앞마당 한 쪽에 봄꽃 삼색제비쪽이
다소곳이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예쁘기는 하지만
너무 늦게 핀 지각생이다. 아마도 여름꽃인 꿀풀이
봄꽃 삼색제비꽃에게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얘야! 너는 계절도 모르니?"라고...
드디어 아내와 함께 첫 번째 고추끈 묶기를 했다.
우리 부부의 텃밭농사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고추농사라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가뭄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연일 물주기를 했던 덕분이고
때마침 사나흘 간간이 비가 내려주어서 잘 자랐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잘 자라는 녀석들이 고맙다.
비바람불면 쓰러질세라 한 그루 한 그루 고이고이
정성을 다해 고추끈을 묶어주었다. 이 일은 혼자서
해도 되는 일인데 굳이 아내가 돕겠다고 하여 함께
했다. 그래서 우리는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라고
하는 것이겠지 싶다. 여느해 처럼 농약없이 잘 길러
올해도 풍성한 수확을 거둬 산골가족의 자급자족을
할 수 있기를 아내도, 촌부도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첫 번째 고추끈 묶기를 끝냈다.
뭐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지만 600여주의 고추를
다 묶어주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하긴 농부님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는 하겠지만 만년초보인
우리에겐 꽤나 신경을 쓰는 일이다.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쉬면서 밭에 까지 가지를 뻗친 토종 산뽕
나무에 자잘하게 열매가 열린 오디를 따먹는 재미
또한 꽤 호사스런 것이다. 달달함이 좋다. 입가에도,
손가락에도 시커멓게 물이 들긴 하지만 자연에서
즐기며 맛보는 즐거움이라서 이 정도는 감수한다.
우리의 텃밭농사는 우리가 먹는 것보다 대부분을
나눔으로 소비한다. 먹는 즐거움도 좋기는 하지만
나눔으로 인한 뿌듯함이 더 흐뭇한 것이라고 생각
하는 우리 부부이다. 어제 드디어 올들어 처음으로
나눔을 했다. 평소에 고맙고 감사한 이웃, 농사를
짓지않는 이웃에 상추를 뜯어 조금씩 나눠드렸다.
해마다 우리 상추를 먹어본 분들은 칭찬이 자자해
나눔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기왕 있는 밭에 조금
더 심고 조금만 더 손을 보태면 이렇게 여러분들과
나눔을 할 수가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제 상추를 시작으로 하나 둘 수확을 하여 나눔을
하는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며 흐뭇해 하는
산골부부의 입가에는 자주 미소가 번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