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못말리는 부부
2026년 8월 1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유월 열아흐렛날
새로운 달,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달,
그리고 농부에겐 가장 힘든 달,
그런 8월이 성큼 우리들 곁에 왔다.
아침 기온 21도, 한낮엔 28도가 될거란다.
어제 경남 양산은 관측사상 첫 41.4도,
기록적인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이다.
전국이 펄펄 끓는 극단적인 폭염에 고생이다.
산골의 이른 아침은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좋긴하지만 앞산은
구름인지 안개인지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도 꽤나 더울 듯하다.
제아무리 산골이라도 시원하기만 하겠는가?
한여름이라서 한낮의 햇볕과 더위는 마찬가지,
산속이고 고원지대라서 기온이 낮을 뿐이다.
또 한가지는 열대야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랄까?
한낮의 햇볕을 바라보고 서있는 해바라기 꽃,
폭염에도 꿀을 찾아 날개짓을 하는 벌과 나비,
긴 땅속 생활에서 벗어나 짧은 생을 살기위해
유충에서 매미로 탈바꿈한 허물이 붙어있는
베토니 꽃대, 이 모두 산골의 한여름날 모습이다.
한여름날 촌부와 아내는 어제 수확한 오이, 호박,
방울토마토를 두 집에 나눔했다. 바우골 형수님,
옆마을 현규兄네 모두 80을 바라보는 분들이라
가끔씩 나눔을 하곤 한다. 나누는 것이 뿌듯하다.
우리 부부는 서로 못말리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어제도 그랬다. 아내가 운동을 나가면서 부탁한
것은 다용도 창고에 있는 카페트를 꺼내달라고
했다. 세탁소에 맡길 수도, 맡길 만한 세탁소도
없어 집에서 세탁을 하겠다고... 아내 분부 이행,
한동안 사용하지않아 먼지가 묻어있어 털어냈다.
운동을 마친 아내가 카페트를 1층 욕실에 갖다
달라고 했다. 협소하여 펼쳐지지 않아 접어가며
세제를 풀어 솔로 문질러 세탁을 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을 뒤밀었더니, "뭐 좋은거라고 찍노?
찍지마!"라고 소릴 꽥 질렀다. 그래도 몇 컷 찍어
나중에 보여줬더니 씨익 웃는 것이었다. 의자와
작은 사다리, 긴 고추대를 이용하여 데크에 널어
놓았다. 햇볕에서 못해도 사나흘 말려야 될게다.
그렇다면 촌부는 무슨 못말리는 일을 했을까?
며칠전의 2층 계단 밑쪽 수납창고 정리에 이어
어제는 현관 수납창고를 정리했다. 작은 창고에
뭘 그렇게 많이도 쟁여놓았는지? 꺼내놓고보니
이삿짐을 꺼내놓은 듯했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재미삼아 담가
놓은 담금 술, 각종 청이 잔뜩 나왔다. 하도 오래
되어 들통에 쏟아 더 발효시켜 밭에 뿌릴까싶다.
온갖 것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해 놓고보니 자동차 트렁크 한가득 될 듯...
이런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쟁여놓지말고 정리하며 사세나!
앞으로는 채움 보다는 비우면서 살자구!"
우리 나이에는 쟁여놓을 필요가 없다. 있는 것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슬림화하여 간편하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의 모습 아닐까 싶어 말한 것이다.
그나저나 둘이 살면서 뭐가 그렇게도 많은지?
이번을 계기로 가능한 쟁여놓는 것은 지양하고
꼭 필요한 것 외는 구입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
어느새 엿새 중 닷새를 맞이하는 여름방학(?),
이번 긴 휴무기간에는 여행 대신 집에서 편하게
놀면서 맛있는 것이나 해먹거나 사먹자고 했다.
우리 부부 성격에 마냥 노는 건 턱도 없는 소리,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고 아무래도
오늘 또 뭔가 평소 안하던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어제는 점심에 모처럼 스파게티를 만들어 줬고
저녁에는 나름 심혈을 기우려 만든 음식이라며
안동찜닭을 밥상에 올렸다. 보기와는 달리 아주
맛이 좋았다. 안동에 가서 비싸게 사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 촌부더러 또 팔불출이라고 말하겠네.
안동찜닭에 소맥 석 잔을 했더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흡족한 기분, 흐뭇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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