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늘 오늘만 같아라!
2021년 2월 16일
음력 辛丑年 정월 초닷샛날
억지로 슬쩍 갖다붙여 보면,
아내가 정성을 다해 기르고 있는 실내화초들 중에
요즘 한창 꽃을 피워 집안을 향기롭게 하는 식물이
쟈스민이다. 쟈스민꽃이 우리 부부의 결혼 40주년
결혼기념일을 축하라도 하듯 활짝 피었다. 시기를
잘 맞춰 핀 쟈스민꽃의 로맨틱한 꽃말이 재미있다.
"당신은 나의 것, 사랑의 기쁨"이라고 하니 말이다.
아들 녀석의 걱정,
어제 아침에 아들 녀석이 축하한다며 전화를 하여
"오늘 결혼기념일이신데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두분이 쓸쓸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무슨 계획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단다. 아내가 대답하기를
"큰이모, 이모부가 함께 하기로 했으니 걱정마라!"
라고 했더니, "아이고~ 천만다행입니다."라고 하며
안심을 하더란다. 어제는 종일 처제 부부가 함께
하여 정말 고마웠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드라이브 삼아 강릉 안목해변 부근에 있는 이름난
중국음식점으로 향했다. 이 집은 맛집으로 소문이
난 곳인데 조금 늦게 도착하여 이 집의 간판메뉴인
황제짬뽕과 문어짬뽕은 식재료가 동이 나서 하는
수 없이 해물짬뽕, 새우볶음밥, 삼색만두를 시켰다.
주메뉴는 아니지만 음식이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특별한 날, 특별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 음식도 좋다고 하는 아내가 고맙다.
바다가 보고싶어,
식사후 부근에 있는 안목해변 커피거리로 옮겼다.
철썩이는 파도, 새파란 바닷물 색깔이 너무 좋았다.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곱디고운
백사장의 모래를 밟으며 파도가 다가오는 곳까지
가보았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 오래 있을 수가
없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부근의 카페 2층으로
갔다. 커피잔을 창가에 놓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향긋한 커피맛도
너무 좋았다. 아내는 물론 함께한 처제부부도 연신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보게 되어 너무 좋다고 했다.
강릉까지 왔는데,
주문진 수산시장을 들리지 않으면 섬출신 촌부가
서운할 것이라며 주문진으로 향했다. 일주일전에
갔을때 싱싱한 방어를 보고 망설이다가 양이 많을
것 같아 도미, 가자미로 낙찰을 보고 회를 떴는데
이번에는 아예 방어를 잡아오려고 작정을 하였다.
지난번 갔던 그 집으로 갔는데 큼직한 방어가 값이
제법 나가는 바람에 망설이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
해보니 비싼 대신 다른 잡어를 잡는 것보다 양이
많고 그동안 방송에 방어가 나오면 입맛을 다시던
생각에 그냥 잡기로 했다. 우리도 먹고 늘 고맙게
우리집 일을 많이 도와주는 마을 아우에게 대접도
할 생각이었다. 잡아서 회를 떠고 나머지는 포를
떠가지고 와서 냉동보관을 해놓았다.
룰루랄라 집으로,
방어회를 떠서 집으로 오는 촌부의 기분은 신났다.
아내는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방어회 실컷 드슈!"
라고 하며 상을 차려주었다. 동서와 함께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저녁무렵에 운전을 하고
올라가야 하는 동서는 술을 마실 수가 없어서 촌부
혼자 소주를 반병쯤 마셨다. 싱싱한 회를 안주삼아
마셔서 그런지 술기운이 전혀 없었다. 동서가 아주
감탄을 하며 근래에 먹어본 생선회 중에 가장 맛이
좋다며 너무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촌부도 그랬다.
방어회를 먹어본 것이 꽤 오래 되었다. 쫀득쫀득한
식감에 기름진 생선이라 그런지 고소하기도 했다.
얼마나 회를 많이 먹었는지 저녁을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내와 처제에게는 미안했다. 자매가 둘 다
생선회를 즐기지 않으니 동서와 둘이만 먹어서...
냉동을 시켜놓은 것으로 방어 스테이크를 만들어서
아내가 먹도록 해봐야겠다.
결혼기념일이랍시고
너무 잘 돌아다니며, 너무 잘 놀고, 너무 잘 먹었다.
"늘 오늘만 같아라!"라고 했더니,
아내가 "이 양반, 큰일 날 소리 하시네!"라고 했다.
"사는 거, 뭐 별 것 있어? 즐기며 사는 거지!"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아내와 한바탕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