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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아내의 소박한 바램


2021년 2월 6일 

음력 庚子年 섣달 스무닷샛날


모처럼 영상의 기온으로 시작되는 하루, 영상2도...

따뜻한 아침을 맞이하여 좋긴 하다. 아침나절에는

또 눈이나 진눈깨비가 내릴 모양이다. 어젯밤까지

없었던 것인데 자고났더니 나타난 날씨예보이다.

잔뜩 흐린 하늘, 하여간 올겨울 날씨는 참 이상하다.


며칠전부터 아내는 진부의 해물짬뽕 생각이 나고

강릉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한정식도 먹고싶다고

했다. 핑계 같지만 곧바로 달려갈 형편이 못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분위기도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해물짬뽕집은 하필이면 쉬는 날이 촌부

쉬는 날과 같은 요일이고, 강릉 한정식집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하는 곳이라서 날짜와 시간을 잡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또한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눈과 한파 때문에 자동차가 집에 못올라가는 날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옛생각이 많이 나는 눈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래전 도시에서 살던 그때는

참으로 외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광고회사에서

재직할 당시 여느 회사보다 일찍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여 토요일이면 아들 녀석이 등교하고 나면

일찌감치 둘이서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운동삼아

밭일을 하고, 농장 주인이신 노부부와 이야기도

하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해장국을 잘하는 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곤 했다. 토요일이라 일찍 하교하는

아들을 만나 녀석이 좋아하는 훼미리 레스토랑에

가서 양식으로 밥을 함께 먹기도 했다. 거의 주말

저녁에는 메뉴별로 몇 군데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

외식을 했다. 대부분 집에서 조금 먼 곳에 위치한

곳이라서 드라이브 삼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 당시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그랬는지 양식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중식은

음식맛이 좋은 중국인이 하는 곳으로, 고기를 구워

먹는 화식(火食)은 조금 한적한 산기슭에 위치한

곳으로 그리고 술이 마시고 싶을 때는 아파트에서

걸어갈 수가 있는 근처 횟집이나 고깃집으로 갔다.


그렇게 많은 외식을 했던 기억 때문에 아내는 이곳

산골에서는 입맛대로 골라서 먹을만한 음식점이

없다며 아쉬워한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지않은 건

아니지만 산골이라서 그런지 정말 외식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것은 이 촌부도 잘 안다. 불과 얼마전

장모님께서 요양원에 들어가시기 전에 입맛 없다고

하시면서 시도때도 없이 밖에 나가서 밥을 먹자고

하셨다. 이 근동의 그럴듯한 음식점이란 음식점은

거의 섭렵을 했을 것이다. 몇 군데 괜찮은 집이 있긴

했지만 음식에 비해 엄청 비쌌다. 비싼 것이 문제가

아니고 편식이 심하셨던 장모님 입맛에는 맞지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입맛에 맛는 음식이 있게 되면

매번 그곳으로 가자고 하시니 이번에는 그 음식을

자주 먹어서 물려버린 아내와 촌부는 고욕이었다.

그래도 장모님이 잘 드시니 어쩌겠는가? 그랬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으니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곳이 바로 집에서

약 25km를 달려가야 있는 진부의 해물짬뽕집이고

또 거의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대화의 고깃집이다.

그리고 두어 번쯤 가보고 아내가 반해버린 강릉의

한정식집이다. 그러고보니 아내의 입맛도 변한 것

같다. 딱히 먹을 만한 것이 없으니 도시 사람들은

외식 메뉴에 들어가지도 않는 해물짬뽕을 좋아하고

그 흔한 돼지갈비, 도시에는 즐비한 한정식을 외식

메뉴에 넣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으니 촌부의 마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집밥 좋아하는 촌부를 위하여

매일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메뉴 선정을 한다고...

덕분에 호강하는 것은 이 촌부이지만 여느 주부가

다 그렇듯이 아내는 '남이 해주는 밥이 더 맛있다'

고 늘 말한다. 바꿔 말하면 외식을 하자는 것이다.

요며칠 아내는 무척 고생을 했다. 사나흘 하루가

멀다하고 눈이 내려 2~3시간 걸려 눈을 치웠으며,

보리고추장 담그느라 이틀간을 분주하게 종종거려

눈에 해물짬뽕이 어련거렸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아내가 삐질 것 같았다. 다행히 요즘은 일이

한가하여 조금 일찍 끝날 수가 있어 저녁밥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내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 모습을 본 촌부의 마음 또 짠한

것이었다. 이 사람, 그까짓 겨우 해물짬뽕 한 그릇

먹을 생각에 그렇게 좋아하니 말이다. 세월이 변한

것도 있지만 산골에 살다보니 바라는 것까지 아주

작아지고 소박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켠에 한 줄기 찬바람이 씽~ 불어와 촌부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너무 맛있게 해물짬뽕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아내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아 흐뭇했다.

해물짬뽕 한 그릇에 흡족해하는 아내, 참 소박하네.IMG_20210206_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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