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의 뜻에 따르니...
2021년 1월 26일
음력 庚子年 섣달 열나흗날
어라? 이게 뭐야?
자고나니 예보에 눈소식이 있다. 아침 기온 0도,
아침나절부터 정오무렵까지 눈이나 진눈깨비,
비가 섞여서 내릴 모양이다. 요즘같은 시기에는
비나 진눈깨비보다는 차라리 눈이 내리는 것이
나은데 말이다. 어제는 봄날처럼 날씨가 포근하여
좋았는데 주말부터 또다시 한파가 몰려온다고...
모처럼 원주에 다녀왔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을 해야해서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다녀오던 것을 자제했으나 부득이 대형마트에서
사와야만 하는 생필품이 있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쇼핑을 할 때는 꼭 필요한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 아내라서 허튼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 역시
어제도 그랬다. 마트에 도착을 하자마자 메모지를
꺼내 쇼핑카트에 붙여놓고 볼펜을 주면서 사는 건
하나씩 지우라고 했다. 내 아내지만 참 알뜰하다.
그렇게 하나 둘 카트에 차곡차곡 담다보니 모처럼
나가서 그런지 한가득이었다. 메모에 적히지 않은
것도 몇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아내는 먹지않지만
섬출신 촌부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이 시기 제철에
한번쯤은 먹어줘야 하는 것이라며 구입한 것인데
바로 생대구와 과메기, 생굴이다. 아내의 배려심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처럼의 외식은 서민적으로 먹었다.
옛날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장을
보러 나가면 으레 들리는 곳이 장골목 어귀에 있는
국밥집이 등장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뜨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제대로 맛는 메뉴이다.
이따금씩 원주에 나가면 다녀오는 단골집이 있다.
그 음식점은 바로 '봉화산 설렁탕'인데 깔끔하면서
국물맛이 진하여 좋다. 주인장 아주머니께서 우리
부부를 잘 봤는지 늘 반기면서 서비스로 계란찜을
주신다. 그렇다고 먼 곳에 살아서 자주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벌써 10년 가까이 변함없이 그렇게
하시니 우리 또한 원주에 나가면 가능한 그 집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좋은 인연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내는 갈비탕, 촌부는 설렁탕을 맛있게 먹고 왔다.
굴뚝청소부가 되어주실라우?
오전에 서둘러 원주로 출발해 다른 일없이 쇼핑만
하고왔더니 시간이 한갓지고 좋다. 잠시 쉬었다가
아내가 "굴뚝청소부가 되어주실라우?"라고 했다.
난로 연통청소를 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렇잖아도
해야할 때가 되었다. 긴 사다리 두 개를 안과 밖에
세워놓고 막대기에 못쓰는 수건을 뭉쳐 비닐끈을
칭칭 감아 묶었다. 안팎의 연통을 드릴로 피스를
뽑아 분해를 한 다음 연통안을 만들어 놓은 수건
묶은 막대기로 쑤셔 그을음을 제거하는 일을 했다.
연통청소를 했더니 불도 잘 들어 불꽃이 맑아지고
불땀도 좋다. 올겨울은 이렇게 지내면 될 것 같다.
잠시 마실을 다녀왔다.
연통청소를 하느라 시커먼스가 된 모습이라 씻고
나왔더니 아내가 수고했다며 마실을 다녀오라고
했다. 마을 아우네에 가서 좀 놀다오라고... 그런데
그낭 가기가 그러니 얼마전 선배 누님이 보내주신
염장 다시마를 싸주면서 갖다주라고 했다. 고마운
선물인데 아우네와 나눠 먹으면 좋지않겠냐면서...
우리가 늘 도움을 많이 받는 아우네라서 아내는 늘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다. 아우도 무척 좋아 하였다.
요즘 아우 어머님께서 허리를 다치셨고 치매까지
있으셔서 제수씨는 병간호를 하느라 종일 꼼짝을
못하고 보초를 서다시피 한다고 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이다.
아내의 뜻에 따르니 하루가 보람차다.
어제 하루는 아내의 뜻에 따라 움직였더니 모든게
다 순조롭고 여유롭고 보람차고 뿌듯했다. 그래서
흔히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라고 했던가? 마실을 다녀왔더니 아내가 원주에서
사온 과메기와 함께 살짝 데친 다시마, 봄동 잎파리,
청양고추, 마늘장아찌, 맛있게 만든 초고추장으로
상을 봐놓고 소맥 한잔을 하라며 웃는 것이 아닌가?
기쁜 나머지 혼자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한잔
했다. '역시 아내 말은 잘 듣고봐야 하는 거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