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이젠을 신발에 장착하고...
2021년 1월 24일
음력 庚子年 섣달 열이튿날
전날 아침
블랙 아이스로 인해 허리를 삐끗한 것이 덜 나았다.
아내가 창고를 뒤져 아이젠을 꺼내놓고 제발 장착
하고 가란다. 뒤늦은 나이에 소일거리 삼아서 나가
돈벌이를 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 하고 안스럽다고
늘 마음 아파하곤 하는 아내라서 돈 몇 푼 벌겠다고
빙판길 내려가다 허리를 삐끗한 것이 아내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이 나이에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도 다행이고, 일을 할 곳이 그리 많지않고
또한 마땅찮은 이 산골에서 일을 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기에 생전 처음
해보는 험한 일이지만 흥미를 느끼며 벌써 8년을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쑥스럽기도 했지만 누구나
눈높이를 낮추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가 있음이란
교훈을 얻었으니 이 또한 보람되는 것 아니겠는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몇 해 전,
막내 처제가 영주로 가면서 혹시 모르니 눈치울 때
미끄러우면 신발에 채우라며 챙겨주고 간 것이란다.
전날보다 덜 미끄러울 것 같았지만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신발에 아이젠을 채웠다. 아니 아내가 손수
장착해주었다. 아이젠을 채워주는 아내 모습에서
무한한 사랑이 느껴지면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마음에 몰려와 아침부터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아내 분부 받들어,
아이젠을 신발에 장착하고 집을 나섰다. 중앙통로
보도블록이 약간 얼었다. 전날과 비슷한 기온이라
아랫쪽 진입로도 틀림없이 살짝 얼어 전날과 같이
빙판이 되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서
내려가는 초입부터 반질반질한 모습이었다. 스키
스틱을 지팡이 삼아 최대한 얼지않은 쪽으로 발을
옮겨 걸었다. 역시 아내의 말을 듣기를 잘했구나!
전날과 달리 뾰족하고 예리한 아이젠 날이 얼음을
찍으며 걷는 걸음이 전날과 사뭇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런 것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겠지?
다행히 전날 삐끗한 허리는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을까 싶었는데 주말이라 그냥
견뎌보기로 했다. 조심조심 일을 하였는데 다행히
조금 뻐끈하긴 했지만 그리 큰 불편은 없었다. 금방
나을리는 없겠지만 정말이지 이만하기 다행이다.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희안한 일을 다 경험하고 산다. 하긴 이런 현상을
한두 해 겪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자연현상을
수없이 겪어서 잘 알고 있으면서 대비를 하지않고
그저 괜찮을 것이라는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뒤늦게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하였다.
오늘 아침은 푹하다.
영하 1도의 기온으로 겨울날 평균 기온보다 훨씬
높다. 어젯밤에는 허리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랬는지 살짝 몸살 기운까지 겹쳐 끙끙 앓았으나
아내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오늘 아침은 가뿐하게
일어났다. 이번 일로 인해 늘 건강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얻은 것이다.
함께 걱정해주시고
격려와 위로를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