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쑥대밭이 된 뚱딴지(돼지감자) 밭
3월 25일, 음력 庚子年 삼월 초이튿날
오늘 아침도 산골은 가는 겨울의 끝자락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하 5도의 기온이니 봄꽃이 한창이라는
저 아랫녘의 한겨울날 기온이지 싶다. 까만 슁글지붕
위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다. 3월도 하순인데
미련많고 질기디 질긴 겨울이 아직도 머무르고 있다.
이제 그만 가도 될텐데...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다.
'죽 쒀서 개 줬네'라고 하는 말과
'길 닦아놓으니 개가 먼저 지나가네'라는 말이...
왜 이런 말이 생각났느냐 하면,
뚱딴지(돼지감자)밭에 멧돼지가 내려와 완전 초토화,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놈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땅이 얼어 잘 팔 수 없어 안보이더니
날이 풀리자마자 몰래내려와 파헤치며 난리법석을
떨고 간 듯하다. 아마도 밤에 내려온 것 같은데...
몇 해 전 더덕밭 아랫쪽과 큰 밭가 비탈진 언덕배기
사이에 뚱딴지(돼지감자)를 조금 심어놓고 캐지않고
그냥 두었다. 그 상태로 두고 번식을 시켜보려고 했던
것이고 아껴둔 것인데 그만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멧돼지란 놈들이 내려와 한바탕 잔치를 버리고 간 것
같다. 이놈들 소행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뚱딴지 조금 먹자고 큰 돈 들여 철책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 그렇다고 뚱딴지를 길러 멧돼지 좋은 일을
시켰으니 부화가 치밀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야생동물에게 보시를 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뚱딴지라 불리는 돼지감자는 북미 대륙이 원산지로
꽤 오래전 우리나라에 들어와 주로 야생에서 자라는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원산지 북미에서는 주로 돼지
사료로 사용되었던 덩이식물이라서 '돼지감자'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뚱딴지'는 꽃은 국화꽃처럼 예쁘기는 하지만 뿌리가
너무 엉뚱하게 못생겨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흔히 뜬금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우린
이렇게들 말한다. '뚱딴지같은 사람이네.'라고... 어떤
상황이나 이치에 전혀 잘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면 이런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생긴 것은
뚱딴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돼지감자는 주로 야생에 자랐으며 재배를 하지 않던
것인데 최근들어 저칼로리 성분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으며, 이눌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당뇨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재배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새로운
웰빙식품이라고 알려지며 인기도 좋아져서 근래에는
돼지감자를 판매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우린
깨끗이 씻어 얇게 썰어 말려서 차로 우려 마셔왔다.
다른 섭취방법은 생으로 먹어도 되고 감자처럼 삶아
먹어도 좋다고 하는데 아직 그렇게 먹어보진 못했다.
그나저나 멧돼지가 쑥대밭을 만든 뚱딴지밭에 남은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잡초들이 무성했던 밭이라서
뚱딴지를 심어 보기싫은 잡초를 없애긴 했지만 정작
거둬야 할 돼지감자는 못거두고 말았는데 혹시라도
남은 것이 있어서 다가오는 봄날 새싹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에고~ 속상해라!
멧'돼지'가 '돼지'감자를 먹었으니 제 밥그릇을 찾아온 것인가? 속상하겠구만..... 멧돼지 오지못하게 쇠소리 나게 하기도 하고 허수아비도 세운다더만... 막걸리 뿌려놓은 구덩이 함정을 만들어 봐야 하나...... 내가 뚱딴지 같은 소리 해서 미안하이. 속상해 할 친구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