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얀 입춘
2026년 2월 4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섣달 열이렛날
立春大吉 建陽多慶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
절기와 달리 산골의 현실은 하얀 눈세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온은 영하 8도, 한겨울이다.
어제까지만해도 한파경보에 영하 20도 언저리에
수은주가 머무는 북극한파, 강추위, 맹추위였는데
하늘도 입춘임을 아는 것일까? 영하 8도이긴 해도
그다지 춥다는 느낌이 없다. 워낙 강추위에 시달려
추위에는 적응하며 면역력이 생겨 그렇겠지?
이곳 산골은 절기와 달리 실제로 봄이 시작되려면
두어 달은 더 있어야 봄기운을 느낄듯 말듯 할게다.
다른 고장에 비해 워낙 겨울이 긴 산골이라서 벌써
봄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래도 기분상으로
봄, 春, Spring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는 것이라
오늘은 그것으로 겨울에 시달린 마음을 달래본다.
엊그제 내린 눈으로 산골은 온통 하얀 눈세상이다.
어제 아침나절, 아내가 입춘맞이 대청소를 하자고
했다. 딱히 할 일 없이 팬팬히 놀고먹는 요즘이라
'그러마!'라고 했다. 아내가 먼저 먼지를 털고 지나
가면 촌부는 청소기를 돌렸다. 그 뒤를 이어 아내가
청소포로 먼지를 닦아냈다. 1, 2층 구석구석 찾아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났더니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혼자 청소를 하느라 고생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도와주지 못함이 많이 미안했다.
그런데 문득 엉뚱한 생각에 멈춰졌다.
'둘이 사는데 집을 왜 이렇게 크게, 넓게 지었을까?'
책에서 봤는지, 기사에서 봤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은 아담하게 넓지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서야 그 말, 그 글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지었던 26년전 그때는 너무 생각이 거창했고
겉멋에 치우쳤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마는 나이가 들다보니
그렇다는 생각이다. 거꾸로 생각을 하면 청소라도
하면서 움직일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게 된다.
청소 도와줘 고맙고 수고했다며 아내가 모닝롤을
이용하여 만들어 준 에그타르트가 너무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