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사찰음식에 감동을...
2026년 2월 19일 목요일
음력 丙午年 정월 초사흗날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새싹이 돋는다는 뜻을 지닌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 우수(雨水)가 오늘이다.
옛말에 우수(雨水)에 대동강 물도 녹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산골은 비 대신 서리가 하얗게 내렸고
기온은 곤두박질, 영하 9도를 기록한 오늘이다.
산골에서 봄을 들먹이는 것은 아직은 한참 멀었다.
못해도 한두 달이 지난 4월 초순쯤이어야 봄이다.
남녘에는 매화가 만개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온다.
누가 우리나라를 작은 나라라고 했을까? 이렇게
겨울과 봄, 두 계절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고향이 있는 남녘으로 봄맞이
하러 가고싶은 충동이 솟구치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아쉽다. 기다리면 분명 오게되는 봄이지만 겨울을
몹시 싫어하다보니 성급함이 앞서 마음은 어느새
봄맞이 하러 달려가고 있다.
설연휴 마지막날,
집안에만 있는 것이 하도 무료하여 텅빈 밭가에서
어슬렁거리며 걸어봤다. 불과 며칠전 까지만 해도
하얀 눈으로 뒤덮혀 있었는데 이젠 흙이 드러난다.
흙내음을 맡을 수 있을까 했지만 아직은 꽁꽁 얼어
그럴 수 없었다. 경기도 어딘가엔 복수초 꽃망울이
언땅을 뚫고 나온다 했다. 우리 복수초 꽃몽오리는
언제쯤 나오려나? 이또한 성급한 봄의 기다림이다.
언제 아침나절 TV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검색하다보니 선재 스님께서 여러 셰프들과 함께
하는 사찰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이 있어 흥미롭게
보았다. 선재 스님은 아내의 죽마고우이다. 하도
유명하신 분이시고 바쁜 분이시라 자주 만나뵙진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뵙게 된다. 오래전 산골집에
다녀가시기도 했고 월정사 불교축전에서 뵙기도
했었는데... 선재 스님의 '밥상의 발견'을 다 보고
또 채널을 돌렸더니 또다른 사찰음식 전문가이신
정관 스님의 '철학자의 요리'라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사찰음식을 직접 체험하게 하고 맛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음식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는
그 모습이 너무 대단하고 훌륭하여 감동을 받았다.
연휴 마지막날에 사찰음식 전문가 두 스님을 통해
음식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었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할 엄두는 못내지만 이참에 큰맘 먹고 한번
도전을 해볼까 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으나 글쎄??
때마침 점심에 아내가 야채만 넣고 수제비를 끓여
맛있게 먹었다. 두 분 스님께서 말씀하신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만든 그런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두 분 스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대충 간추려 본다.
MBC '밥상의 발견'
선재 스님
비움의 밥상
자연에서 얻은 제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불필요한 양념을 덜어냄으로써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사찰음식의 철학이다.
좋은 음식을 찾기 보다는 나쁜 음식을 버려라!
KBS '철학자의 요리'
정관 스님
보리일미(菩提一味)
모든 맛을 아우르는 깨달음의 맛.
시절인연을 생각하며
지금 내 앞에 놓인 식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식생활의 큰 변화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