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가 좀 더 내려도 되는데...
2025년 7월 15일 화요일
음력 乙巳年 유월 스무하룻날
사흘째 비가 오락가락, 주춤했는데 아침나절에
비가 내려 좋긴 했지만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다.
기왕 내리려면 많이 좀 내려주면 좋으련만 겨우
7mm 내리고 그쳤다. 그래도 사흘간 강수량은
20mm 가까이 내렸으며 긴 가뭄에 속을 태웠던
농부의 마음은 촉촉하여 좋다. 뿐만아니라 비가
내려 폭염을 잠재워 아침은 서늘하여 상쾌하고
한낮에도 기온이 많이 오르지 않아 너무나 좋다.
아침 기온 영상 17도, 한낮에는 영상 23도였다.
어찌되었거나 이 산골은 열대야 없는 것은 물론
한여름 날에도 창문을 다 닫고 이불을 덮고 자는
아주 복 받은 곳이라고 할까?
이른 아침 물을 마시고 음식물쓰레기를 치울까
싶어 주방에 갔더니 옆쪽 식탁위에 오이가 놓여
있었다. 어젯밤에 아내가 손질하여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려고 놓아둔 것이었다. 오이지를 담글
재료인 것이었다. 밭에서 따온 오이를 한이틀쯤
모아둔 것 같았다. 거의 매일 20여개 수확한 걸
생으로도 먹고 반찬을 만들어 먹고 둘째네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아돈다. 지금까지
몇 차례 오이지를 담가놓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촌부가 좋아하는 오이간장장아찌도 담가놓았다.
가뭄속에도 오이농사는 잘 되어 풍작인 것이다.
비오는 날은 옮겨심기 좋은 날이다. 장독대앞에
더덕을 길러 파고라 형태의 구조물을 타고 오를
수 있게 했는데 지난 가을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더덕씨앗이 저절로 떨어져 사방 흩어져 자란다.
한 평 남짓한 곳에다 토종 민들레와 부추를 심어
놓았다. 꽃밭 겸 텃밭이랄까? 너무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어 정리하기로 했다. 부추 사이의 아주
자그마한 더덕을 모두 캐냈다. 캐냈다기 보다는
뽑았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 같다. 고구마 심는
도구를 땅속 깊숙히 넣고 살짝 흙을 들어올리고
가는 덩굴을 잡고 살짝 뽑으면 고스란히 뽑힌다.
그렇게 뽑은 더덕의 모종이 꽤 되어 흰민들레와
함께 자라는 곳의 빈틈에 다시 심어놓았다. 아마
내년에는 흰민들레보다도 더덕이 더 많이 자라
더덕밭이 되지않을까 싶다. 부추도 그렇고 더덕
또한 화초처럼 길러 꽃도 보고 식재료로도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니겠는가?
고추농사 포기하고 대신 옥수수농사를 짓다보니
한결 수월하고 편하다. 그만큼 손이 덜가는지라
여유가 있다.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았지만 대신
다른 일로 또 바빠지는 것은 왜 그럴까? 성격이
지랄이라 한가함을 즐기지 못하고 일을 만들어
하다보니 그런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핑계삼아
여유를 즐겨보려고 돌아다니며 꽃을 관찰했다.
꽃은 언제 봐도 예쁘고 신기하고 오묘하고 좋다.
그런데 손에는 호미를 들고 있었다. 잡초를 보면
즉시 캐내려는 것이었다. 농부의 손엔 일하거나
안하거나 늘 연장이 멀어지면 안된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