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오는 날은 옮겨심기 좋은 날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스무이렛날
올봄에는 유난히 비가 잦은 것 같다. 지난 일요일
밭에 모종을 심은 후 벌써 나흘이나 비가 내렸다.
모종의 활착에는 도움이 되겠지? 하늘의 뜻이라
가타부타 지껄여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리라.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기온도 꽤 낮다. 아침에 영상
6도, 한낮에도 종일 추적거리는 비로 인해 스산한
하루였다. 저녁 기온도 영상 9도에 머물러 밤에는
꽤 떨어지는 것 아닐까? 5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아침과 저녁에 난롯불을 지폈다. 비오는 날
난롯불을 지피면 실내가 훈훈하고 뽀송뽀송하여
참 좋다. 지금도 그렇지만 장마철에 지펴도 좋다.
단지에도 있지만 산에도 있는 단풍나무, 25년이
지나는 산골살이에서 단풍나무에 피는 꽃에는 별
관심을 갖지않았다. 그런데 비오는 오늘 우연찮게
단풍나무 부근을 지나다가 빨갛게 핀 꽃을 살피게
되었고 정말 예쁘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전날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다가 카페 아래 풀섶에
개량종 장미메발톱꽃을 봤는데 앞마당으로 옮겨
오면 어떠냐고 하여 단풍나무 밑을 지나게 되었던
것이다. 풀섶에다 그냥 두면 머잖아 예초기로 풀을
깎으면서 휩쓸여 없어지게 될 것이라 생각난 김에
우의를 입고 내려가서 흙째 캐다 앞마당에 심었다.
비오는 날은 야생초 옮겨심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얼마전 바우골 형수님께서 주신 장미매발톱꽃이
있고 오래전부터 우리집에는 야생 메발톱꽃 2종이
있다. 파란색 꽃이 피는 하늘매발톱꽃도 있었는데
마당 정리를 하며 없어져 구해봐야겠다. 요즘에는
개량종이 많아 종류가 70여종이 된다고 한다.
비오는 날이라서 야생초 옮기는 일을 시작했으니
전부터 생각했던 작은밭2 밭가의 잡초를 캐내고
드문드문 자라는 잔대만 남겨놓았다. 그런 다음에
사방 흩어져 자라는 잔대를 꽤 많이 캐와 빈곳에
옮겨심었다. 잔대는 캐는 것도 그냥 캐면 안된다.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꽤 깊이 뿌리를 내리는 식물,
호미나 손괭이로 캐면 꽤 깊이 파야하기에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뿌리가 다칠 염려도 있다. 무겁긴
하지만 4지창의 도라지삽으로 잔대 부근을 깊이
푹 찍어 흙을 들어올리면 뿌리가 다치지 않고 잘
나온다. 그렇게 캔 크고 작은 잔대가 꽤나 많았다.
잡초를 제거하고 드문드문 남긴 잔대 사이사이에
심었다. 비가 꽤 굵어졌지만 비를 맞으며 잔대를
다 심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촌부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걱정하며 성화였다. 아내 말씀,
"비를 맞으면서 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다가
감기 걸리면 우쩔라꼬 그러는가 몰라? 그만하고
빨리 들어오시오!"라고 했다. "알았네! 다 돼 가!
이리 와서 봐바라! 잔대밭이 되어 얼마나 좋노?"
라고 하고는 이내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갔다. 조금
더 캐다 심으면 되는데 더 이상 버티다가는 분명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아 일단 마무리를
하고 들어왔다. 시간을 내 나머지도 마저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잡초들로 가득이던 밭가 여백이
잔대로 채워지면 앞으론 잔대밭이라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