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밭은 가능한 자연스럽게...
2025년 5월 22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사월 스무닷샛날
어제부터 내릴 것이라던 비는 오늘 아침나절에
조금 내리다가 말았다. 그래봐야 땅을 흠뻑 적실
만큼은 안되고 흙먼지가 날리지 않을 정도랄까?
아침 기온은 영상 14도였고 간밤에 내린 이슬과
부슬거린 비에 젖은 땅바닥의 촉촉함이 좋았다.
오늘은 식물원 일을 나가지 않고 쉬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이라 더 좋았다.
겨우 1mm 남짓도 안되는 비가 내렸지만 밭에
심은 모종들에겐 단비라서 한 그루의 손상없이
싱싱하게 꿋꿋하게 서있는 모습이 참 대견하여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뿐만아니라 하늘에
감사하다는 인사 대신 이슬비 내리는 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농부는 자연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여기면서...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고 따라서 늦게 당도한
산골의 봄은 하루가 다르게 색깔을 바꾸고 있다.
오늘은 어제의 색깔이 아니고 내일은 또 오늘의
색깔이 아닐 것이다. 불과 며칠전까지 연두연두
했던 모습이 이젠 초록초록이다. 꽃은 피고지고
또 지고피고를 반복한다. 릴레이를 하듯이 바톤
터치를 하는 온갖 야생초는 물론이고 꽃이 피는
나무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오묘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겐 들리지 않는 그들만의
속삭임으로 서로 교감을 하며 차례차례 교대로
꽃을 피우는 것 아닐까 싶다. 그게 바로 자연의
조화로움이겠지? 문득 문제는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우리네 인간들이지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온갖 욕심으로 가득하여 나 아닌, 내 가족 아닌,
내 친구 아닌, 내 생각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며
못된 짓을 일삼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고 또한
눈에 뻔히 보이는 그릇된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
사회 곳곳에서 돌출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든가 말든가 촌부로 살아가는 사람은 오늘도
잡초라고 불리는 풀 한 포기를 뽑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고 꽃 한 그루 더 가꾸고 농작물이 자라는
밭고랑을 한번 더 살피며 거니는 것이 더 소중한
일상인 것이라 여긴다. 이 촌부가 추구하는 삶은
인위적인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자연스러움이
좋아 그렇게 하려고, 그리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다만 자연스러움은 그저 그냥 내깔려둔다는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다. 조금의 손길이 가더라도 될
수 있으면 가능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지인은 "꽃밭이 아니라 풀밭이구만!"
이라고 했으며, "게으른 사람의 변명이군!"이라며
비웃기도 했다. 이또한 그런든 말든 상관이 없다.
나의 소신, 우리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며 남들을
위해 꽃을 기르는 것은 아니고 내가 좋고 우리가
좋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니까 말이다.
꽃가꾸기는 이만하고 오늘의 텃밭농사는 장에서
아삭이고추, 쑥갓, 옥수수 모종을 조금씩 사와서
심었다. 이 중 옥수수 모종은 땜빵용이다. 씨앗을
파종했으나 발아가 안된 것이 조금 있어 부득이
모종으로 대체한 것이다. 지난해 경험에 의하면
뒤늦게 씨앗을 파종하면 기존에 파종한 것들과
현저하게 차이가 나고 제대로 옥수수가 열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라는 시기를
함께 맞추려면 씨앗 파종이 아닌 어느 정도 자란
모종을 심어야만 하는 것이다. 땜빵을 하고 남은
것은 멀칭을 하지않은 밭이랑에 심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