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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살이의 맛과 멋 

 

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스무엿샛날 

 

간밤의 예보와는 달리 눈이 제법 내렸다. 

날씨예보의 빗나감이 좋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설마 이놈의 촌부만은 아니겠지? 

어제 아침 예보엔 오후 5시부터 오늘 새벽까지 

눈이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은근 걱정이 

되어 미리 염화칼슘을 뿌리려고 했다. 그랬는데 

오후 3시반 혹시나해서 검색했더니 밤 9시에 

눈이 시작할 것이라고 하여 입었던 작업복을 

벗었다. 어제 저녁 청바지클럽 송년모임이라서 

마을 아우들이 카페 '날으는 구름섬'으로 오게 

되어 눈이 내리면 모임이 끝나고 내려가는 길이 

불편할 것 같아 염화칼슘을 뿌려놓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5시에 시작, 9시에 모임이 끝났으나 

다행히 그때까지는 눈은 내리지 않았다. 빗나간  

날씨예보에 괜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랬지만 

자정무렵부터 눈발 흩날리는 것을 보고 잤는데 

땅바닥을 덥을 만큼 내렸다. 애매모호한 양이다. 

한파주의보가 해제된 오늘 아침 기온 영하 2도, 

기온이 올라가 추운 느낌은 없으나 바람이 제법 

분다. 난롯불 지펴놓고 나갔더니 또 눈이 온다. 

지금 내리는 눈이 그쳐야만 바람돌이(Blower,  

송풍기)를 짊어지고 진입로 제설작업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성탄절 저녁에 '청바지클럽' 송년모임을 가졌다. 

'청춘은 바로 지금'을 줄여 '청바지클럽'이라고 

이름 지은 산골마을 다섯 집 사람들의 모임이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친하게 지내는 이웃들이다. 

인근 음식점에서 간편하게 모임을 할 수 있지만 

산골아낙들이 각자 집에서 한두 가지씩 음식을 

장만하여 둘째네가 운영하는 '날으는 구름섬' 

카페에 오후 5시에 모이기로 했었다. 모두 시간 

약속은 아주 잘 지킨다. 시간전 모두 다 모였다. 

이서방은 이미 벽난로와 펠릿난로에 불을 지펴 

훈훈하게 해놓았고 펠릿난로 위에는 처제 작품 

도시의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 같은 어묵꼬치가 

담겨있는 뜨끈뜨끈한 어묵탕이 잘 끓고 있었다. 

가장 길고 큰 테이블에 각자의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들을 셋팅했다. 진수성찬이었다. 

 

비록 산골아낙들이 만든 음식이지만 먹음직한 

것이 도시의 그 어떤 유명한 음식점의 요리보다 

더 훌륭했다. 식사부터 반찬, 안주, 후식, 과일 

까지 그야말로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으로 

한 상 가득이었다. 음식 하나하나 모두 정성을 

다해 조리하여 너무나 맛이 좋았다. 서서 먹고 

앉아서 먹고, 담소와 더불어 미소와 웃음까지 

화기애애한 파티였다. 고즈넉한 산골의 카페는 

아름답고 밖에는 하얗게 쌓여있는 눈으로 인해 

화이트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더불어 벽난로 

불꽃은 연말의 흥을 돋구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과한 음주로 분위기 망치는 짓을 우린 안한다. 

쌍쌍이 모이는 자리라서 더 그렇다. 식사후에는 

진한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막내인 이장부부는 

각 집에 선물까지 준비하여 모두를 감동시켰다. 

모두 다 고맙고 감사했다. 또 이 말을 하게 된다. 

사는 것 뭐 있겠는가? 소박하고 정겹고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런 자리, 이런 시간이 참 

좋다. 산골살이의 맛이요, 멋이요, 즐거움이다. 

이런 것이 바로 소확행(小確幸)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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