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나뭇꾼이 되었소이다!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열이렛날
예전 젊은 시절, 이맘때 같으면 바빴을 시기다.
연말이라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그보다
온갖 모임의 송년회를 다니느라 바빴던 것이다.
개인적인 모임도 있었지만 직업상 모임 자리가
많아 더 바빴던 기억이 새롭고 이따금씩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모임을 다 소화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젊음이라
그럴 수 있었겠지? '이제 하라면 난 못하네!ㅎ~
어제 저녁 눈이 조금 내렸다. 땅바닥 살짝 덮을
만큼이라 다행이구나 싶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영하 12도의 기온에 얼었을 수도 있다.
제설작업을 할 만큼은 아닌 듯한데... 글쎄다?
이런 눈은 바람돌이(송풍기)로 확 불어 날리면
되는데 일찍 일 나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다.
하여튼 어제 저녁무렵 효붕이를 아랫쪽에 내려
놓은 것은 잘한 것 같다. 사흘을 쉬었으니 오늘,
내일은 이른 아침에 일을 나가야 한다. 7시쯤도
어둠이 다 가시지 않아서 어두컴컴하다. 비탈진
길이라 혹여나 하여 눈소식에 자동차를 아랫쪽
안전한 곳에 내려다 놓은 것이다. 산골살이의
애환이기는 하지만 산골에서나 있을 수가 있는
흔하지 않은 광경이기도 하다.
어제 오후엔 모처럼 엔진톱을 들고 나무작업을
했다. 지난 11월 말경 시냇가의 고사목을 베어
놓고 마무리를 못했다. 일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꺼내 올려놓았지만 나머지는 폭설로 인해
마저 꺼내지 못했고 꺼내놓은 것도 눈속에 묻혀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 시냇가에서 꺼내오느라
꽤나 힘들었던 나무, 꽤 양이 많다. 아무렇게나
쌓아놓았던 나무를 이번에는 장작크기로 토막
내는 작업이다. 이젠 숙달이 되어 쌓여있는 그
상태로 토막을 낸다. 예전에는 하나하나씩 꺼내
받침목에 걸쳐놓고 잘랐다. 꽤나 시간의 소요가
많았다. 이젠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위험부담이
많아 늘 긴장의 끈을 놓치지않고 조심해야한다.
시냇가 아랫쪽에서 꺼내 쌓으며 굵기별로 구분
하여 쌓아놓았다. 장작크기로 토막을 내야하는
나무는 네 무더기, 그 중에 중간크기를 잘랐다.
남은 나무를 다 토막을 내려면 2~3일은 족히
걸리겠지 싶은데 또 눈이 내려 언제쯤 마무리
될런지 모르겠다. 토막을 다 내고나면 윗쪽의
장작집으로 날라야 한다. 손수레로 꽤 여러번
나르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일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기왕에 베어놓은 나무이고 너저분하게
널부러져 있는 것이 볼썽사나워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어서빨리 해치우고 싶은 촌부의
조급하고 성급한 지랄맞은 성격탓이라고 할까?
장작크기로 토막을 낸 나무더미를 본 아내가
"하여간 못말리는 영강탱이라니... 고생했네!"
라고 하여 그냥 너털웃음으로 답할까 하다가
"나뭇꾼이 되었소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