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렇다 할 일도 없이...
2023년 9월 5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칠월 스무하룻날
절기상으로 아침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가 사나흘 남았지만 이미 설다목
산골에는 이른 아침으로 이슬이 내린 지가 꽤
되었다. 이른 아침 호박밭에 나가 덩굴 사이를
피하여 호박잎에 가려진 애호박을 찾는다거나
고추밭을 살피느라 밭고랑에 들어가면 밤사이
내린 이슬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옷소매가 젖고 신발은 물론
바지가랭이가 비에 젖은 것 처럼 축축해진다.
아직 한낮으로는 늦더위가 남아있지만 아침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뭐 그다지 서둘러서 해야만 하는 바쁜
일은 없다. 아직 한낮은 더위가 심하여 아침과
저녁무렵 주로 밭일을 하고 있다. 많은 농사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꾸만
게을러지는 것 같기도 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매일 운동삼아, 산책삼아 산을 오르내리곤 했다.
지난 여름동안에는 거의 산에 오르지를 않았다.
이제 서서히 산행을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싶다.
스스로의 이 마음 다짐을 깨뜨리면 안되는데...
어제 한 일이라고는 아침나절에 조선대파밭의
무성한 잡초를 뽑아제낀 것 외 이렇다 할 일을
한 것도 없이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해가
짧아져서 그렇다기보다 예전처럼 마음 졸이며
바삐 서두르지 않기로 했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여유를 가져보기로 하고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너무 느긋함으로 빠져든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잠시잠깐이면 충분한 자그만 조선대파밭 잡초
뽑는 일도 쉬엄쉬엄, 느릿느릿 하다보니 시간이
꽤나 걸렸다. 오랫동안 몸에 밴 급하게 서두르는
습관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보고 있는 것이다.
오전에 마을 아우네로 마실을 다녀오는 여유도
가져보았다. 이렇다할 특별한 용건도 없었는데
장평 다녀오는 길에 그냥 들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차 한잔을 하고 집에 올라왔다. 오후에
전날 별세하신 마을 어르신 문상을 함께 가기로
하고... 집에 올라와 혼자 대충 점심식사를 하고
오전에 예약을 해놓은 이웃마을 미용실에 가서
머리 손질을 하고 마을 아우들과 함께 진부에 가
문상을 하고 나서 카페 '날으는 구름섬'으로 왔다.
어찌하다보니 둘째네가 운영을 하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청바지 클럽 아지트가 된 셈이다. 다섯 명
회원 전부가 모였으니 번개모임이라 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