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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청바지 클럽의 천렵과 봉사


2023년 3월 9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열여드렛날


밤사이 비가 조금 내린 것 같다.

언제 비가 내렸을까? 

어젯밤인가, 새벽인가는 모르겠다.

천렵을 다녀오느라 피곤해 일찍 잠이 들어...

어찌되었거나 비가 내리긴 한 것 같은데

양은 많지않은 것 같다. 좀 더 와야 하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기온은 영상 2도까지 올라갔다.

조금이지만 이 비는 분명 봄을 재촉하는 비겠지?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건배사에서 착안하여

이름을 지은 "청바지" 클럽은 우리 마을 5인조가

지난 겨울에 결성한 친목 모임이다. 겨우내 바깥에

나가지는 못하고 서로 오고가며 집에서 함께 했다.

대부분 둘째네가 운영하는 카페 "날으는 구름섬"이

아지트였다. 이곳은 동서 이서방과 촌부가 사는 집,

주로 여기서 의기투합하여 모임을 만들었고 가졌다.

해빙기가 되면 큰 강으로 천렵을 가자면서 모임의

첫 번째 유니폼이라 할 수 있는 가슴장화를 단체로

구입을 했다.


드디어 어제 그 가슴장화를 처음 착용하고 천렵을

나갔다. 면온川, 봉평川 등 많은 하천이 모여 꽤나

큰 강을 이루는 곳, 우린 이곳을 큰 강이라 부른다.

바로 금당계곡이다. 3월 초순이 다 지나가고 있어

강물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두꺼운 얼음이

남아있다. 가슴장화를 비롯하여 장비는 간단하다.

기다란 지렛대, 쪽대 2개, 플라스틱 양동이 하나가

전부이다. 꽤 오래전 몇 번 마을 형님들, 아우들과

이맘때 천렵을 다녔지만 가슴장화를 착용하고 가

본 기억은 없다. 장화를 신고 얼음 위와 얕은 물에

들어갔다가 빠졌던 기억이 새롭다. 한동안 다니지

못했다. 이맘때가 되면 늘 그 시절, 그때가 그리웠다.

특히 이서방과 학열 아우가 너무 원했던 천렵이다.

가슴장화를 구입하기전 지난 2월에 한번 갔었는데

얼음이 덜 녹아 헛고생을 하고 그냥 돌아왔었다.


어제는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적게 잡았지만

그래도 다섯 명이 한번 끓여먹을 만큼은 잡아왔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웃습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우리는 물고기를 남획은

하지않는다. 어족보호, 자연보호 차원에서 적당한

크기보다 작은 물고기는 잡는 즉시 곧바로 놓아준다.

물속에 잠긴 바윗돌을 기다란 지렛대로 들썩이면서

그 주변에 쪽대를 둘러놓고 물고기를 잡는 재래식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바윗돌 밑에서 겨울을 나던

크고 작은 물고기가 놀라서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적당하게 자란 물고기만 잡고

나머진 어린 물고기는 모두 다시 놓아주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이 행위 자체도 자연보호에는 위배되는

것이겠지만 어쩌겠는가?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자연의 이치, 즉 살아가기 위한

약육강식의 이치라고... 


지금껏 우린 욕심을 내지않고 한번 끓여먹을 만큼,

한 사발 정도만 잡으면 바로 철수한다. 잘 손질하여

물고기 뼈가 삭을 정도로 푹 끓인 다음 채소와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이다가 수제비를 떼어넣거나 국수를

넣어 한소끔 더 끓여 어죽을 만들어 먹는다. 어제는

수제비나 국수 대신 라면을 넣고 끓였다. 조리하는

것이 번거롭지가 않아서 좋기도 했고 맛도 좋았다.

어죽에는 찰떡궁합이 바로 돌배로 담근 술이 아주

제격이다. 술이 결코 몸에 좋은 것이 아니긴 하지만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를 맞추는 것이라

얼큰하고 구수하고 뜨끈한 어죽에 돌배의 효능이

발효되어있는 돌배酒는 아주 잘 어울리는 술이다.

맥가이버 선기 아우네에서 한바탕 떠들썩하게 천렵

어죽 잔치를 벌이고 학열 아우네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전 집에 그늘이 지는 나무 두 그루를 베어내야

겠다는 말을 이서방이 기억하고 있다가 맥가이버

선기 아우에게 말했더니 곧바로 가자고 한 것이다.

우리집의 엔진톱을 가져오려고 했더니 승규 아우가

멀리 갈 필요가 있냐며 금방 가져올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이 아우가 바로 새로 뽑은 우리 마을 이장이다.

이런 말을 여기에다 쓰긴 좀 그렇지만 학열 아우는

장애인이라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씨가

너무나 착한 아우라서 우리 멤버들이 항상 챙긴다.

아우가 나무베기를 못하는지라 우리가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선기 아우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전봇대

옆으로 뻗은 가지를 자르고 난 다음에 승규 아우가

엔진톱으로 커다란 나무를 거침없이 베고 가지를

자르고 토막을 냈다. 엔진톱 사용하는 솜씨가 정말

대단했다. 나머지 우리들 셋은 잘라놓은 잔가지를

한 곳으로 옮겨놓았다. 학열 아우는 너무 고맙다며

음료수를 가져와 함께 마셨다. 서로 돕는 마음들이

참으로 좋다. 이런 것을 봉사라고 했던가? 간만에

정말 신나고 즐겁고 기쁘고 좋은 하루를 보냈다.

이런 것이 산골살이의 참맛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수원에 잠시 다녀와야겠다.

아내와 절친한 친구의 아버님께서 별세하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오랜 세월 우정을 나누며 함께하는

아내의 친구 부부를 위로하고 작고하신 어르신의

영면을 기원하는 문상을 하고 오려고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icsart_23-03-08_22-10-19-441.jpgPicsart_23-03-08_22-06-13-449.jpgPicsart_23-03-08_22-02-51-587.jpgPicsart_23-03-08_21-56-04-419.jpgPicsart_23-03-08_21-51-15-43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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