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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식빵만들기에 성공했다고 싱글벙글


2023년 2월 14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나흗날


하늘의 심술은 끝도 한도 없는 것인가?

자고나니 예보에도 없던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많이 내린 것은 아니고 아주 살짝

땅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덮었다. 기온은 영하 5도,

한낮에는 영상으로 올라간다니 다행이구나 싶다.

이 산골에 봄기운이 다가오기엔 아직 많이 이르다.

그냥저냥 잊어버리고 살아야만 하는데 벌써부터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 마음이 정말

묘한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나무정리 엔진톱 작업 6일次,

어제는 밭에 널부러져 있던 자작나무를 정리했다.

한 그루 자빠뜨려 놓은 것인데 엔진톱으로 잘라서

크기별로 분류를 해놓았더니 엄청나다. 토막을 낸

장작용 나무는 물론이고 불쏘시개용 자잘한 가지

또한 그 양이 상당히 많다. 시냇가에 쌓아놓고 잘

마르면 늦가을 들여놓을 생각인데 나르다보니 꽤

여러번 왔다갔다를 해야했다. 이서방이 목공예로

쓸 굵직한 부분 한 토막은 남겨놓았다. 세 동서가

아주 자그마한 자작나무 묘목 12그루를 심어놓고

자작나무길이라고 했던 곳은 이제 모두 다 베어내

자작나무가 없으니 그 이름 또한 사라지고 말았다.

밭에 그늘이 지고 워낙 큰 키에 여름날 태풍이 불어

휘청거리면 위험하여 베어내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낭만보다는 현실적인 것에 비중을

더 두게 되는 것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오후에는 다시 중앙통로에서 작업을 재개했다.

양쪽에 널부러져 있는 나무가 엄청 많다. 얼마전에

조금씩 정리하다가 자작나무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뤄둔 것이다. 시나브로 정리를 한

나무가 이제 점점 쌓여 상당히 많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다짐하면서도 그게 그리 잘 안된다.

못된 성격 탓이다.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내야하는

성급함이 도진다고나 할까? 영월에 볼일보러 갔던

이서방이 와서 도와주었다. 이서방이 요즘 침대를

만드느라 바쁘다보니 나무작업은 혼자 하게 되어

작업이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 엔진톱 작업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긴장을 하며 서두르지 않아

더 그렇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오늘은 눈이

내려 또 하루를 쉬어야만 할 것 같다. 내일도 쉬어야

하는데...


어제 오후에 나무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불렀다. 무슨일이 있는가 하고 하던

작업을 멈추고 황급히 올라왔더니 아내가 웃었다.

"뭔일인데 그리 급하게 불렀노?"

"이거 보셔! 식빵만들기에 성공했지 뭐야!"

"어떻게 한번에 성공했노? 대단혀~"

"내가 이런쪽엔 소질이 쪼매 있잖아?ㅎㅎ"

"인정하네. 맛은 어떻노? 먹어보자!"

"기다려보소! 커피 끓여 함께 먹자구요!"

그렇게 하여 이서방을 불러 커피와 함께 먹었다.

이서방도 처형 솜씨가 대단하고 맛있다며 극찬을

했다. 아내는 싱글벙글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처제가 부러워 할 것 같은데...


아내는 몇 종류의 빵과 쿠키를 수제로 만들곤 한다.

식구들이 모두 인정하는 우리집안 '파티셰'라면 좀

과한 칭찬이겠지만 아내는 제빵기술에 관심이 무척

많다. 그래서 제빵기술을 배우려고 원주에 신청을

했었는데 지역주민이 아니라며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이곳 평창에는 제빵기술 가르치는 곳이 없다.

제빵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이 아니고 취미로

배워서 집에서 빵을 구워먹을 정도면 되는데 그게

안된다며 요즘은 인터넷을 보며 독학으로 배워서

이따금씩 빵이나 쿠키를 굽곤 한다. 솜씨가 좋은

아내 덕분에 별의별 빵과 쿠키를 먹게 되는 촌부는

복 받은 놈 맞는 것이겠지? Picsart_23-02-14_06-57-53-820.jpgPicsart_23-02-14_06-56-12-617.jpgPicsart_23-02-14_06-55-46-248.jpgPicsart_23-02-14_06-55-10-523.jpgPicsart_23-02-14_06-54-43-98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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