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귀농을 결심한 30대 젊은 처자들...
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사흗날
드디어 오랜만에 영상의 아침을 맞이한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를 벗어나 영상 1도이다.
참으로 긴 추위의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긴 하지만
아직 속단하며 안심하기에는 이르겠지 싶긴 해도
너무 반갑고 좋다. 워낙 한파와 잦은 눈으로 고생을
했던 지난 겨울인지라 이런 날을 맞이하는 게 좋다.
한낮으로는 무려 영상 10도까지 올라가는 날씨에
그냥 이대로 봄이 어서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까지
갖게 되는 요즘이다. 산골에 서리가 멈추고 완전한
봄이 오려면 5월 중순이나 되어야 하는데...
나무정리 작업 닷새째,
어젠 겨우 반나절 밖에 엔진톱 작업을 하지 못했다.
전날은 내린 눈이 덜 녹아 작업이 중단을 해야했다.
단지에 베어놓은 나무더미를 윗쪽에서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고 있다. 밭에 자빠뜨려 놓은 자작나무
한 그루를 정리하려니 엄청나다. 잔가지가 워낙에
많기도 하지만 밑둥 크기가 대단하다. 마을 아우가
베어놓은 그 상태 그대로 있다. 우선 잔가지 정리를
한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려고 한다. 가장
밑둥 큰 것은 이서방의 목공예용 목재로 쓸 수 있게
잘라놓을 생각이다. 자작나무는 잔가지도 워낙 굵어
웬만한 나무 큰 것 만큼 된다. 가는 잔가지는 잘라서
말려 불쏘시개용으로 쓰려고 따로 한군데 모아둔다.
나머지는 장작용이라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아야
하고 통나무는 나중에 도끼로 쪼개야 장작이 된다.
어제는 자작나무를 모두 다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장날이라 아내와 장에 다녀오자마자 마을 아우들이
오는 바람에 작업을 못하고 미뤄두어야 했다.
귀농을 결심한 30대 젊은 처자들,
어제 늦은 오후에 마을들과 이장 부부가 낯선 젊은
처자 둘을 데리고 올라왔다. 우리 단지 오른쪽에
있는 밭을 구입하여 귀농을 할 계획이라서 이장과
농사짓는 마을 아우에게 인사 겸해 도움을 청하러
왔단다. 또한 귀농은 아니지만 오래전 귀촌을 한
우리에게 소개를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왔다고
했다. 자세한 계획은 이서방에게 한 모양인데 대충
이야기는 들었으나 생각은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이곳을
수년동안 개발하느라 고생을 해봤던 경험이 있는
우리이고 자식같은 30대 처자들이라서 더 그렇다.
맨땅에 헤딩을 하듯 돌 반 흙 반이었던 감자밭을
일구고 열넷 채의 집을 짓고 나무와 꽃을 심느라
엄청 고생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자도 아니고
젊은 처자들 둘이서 그 넓은 황무지 밭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로컬푸드 음식을 개발하는 도전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걱정할 필요까진 없지만
자식 같아 걱정스러웠다. 마을에 젊은이들이 유입
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말이다. 마을 이장은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을 아우와 우리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하며 치킨을 배달시켜 함께 나눠먹었다.
다들 깊이 관여할 필요는 없지만 나름의 생각들로
조언을 하고 격려를 해주었다. 너무 고맙다고 인사
하며 다음에 또 찾아오겠다고 하며 갔다. 아무쪼록
젊은이들 계획대로 잘 진행이 되어서 좋은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