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또다시 하얀 눈꽃 세상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날
지나간 1월 처럼 설마 2월에는 눈으로 인한
마음 고생, 몸고생은 없겠지 하고 믿었던 것은
잠시잠깐 촌부의 바람으로 끝나버린 오늘이다.
어젯밤 자정 무렵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눈은
예보를 했던 것보다 그다지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소복이 내려쌓였고 지금도 펑펑 내리고 있다.
또다시 하얀 눈꽃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아침 기온은 영하 2도에 머무르고 있는 산골,
입춘이란 절기가 무색하게 봄의 모습은 어디 하나
찾아볼 수가 없는 겨울의 모습 그대로라고 할까?
하긴 질긴 산골의 겨울이 그냥 물러갈리가 없다.
오전에 그친다고 하니 오늘은 엔진톱을 드는 대신
바람돌이를 짊어지고 누벼야만 할 것 같다.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바깥에서 일하기가 좋은
겨울 속의 봄날과도 같았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목공예를 하고있는 이서방과 공학박사인 김교수는
이틀째 수제 침대를 만든다며 하루종일도 모자라
해가 지고 어두컴컴할 무렵까지 뚝딱거리고 있었다.
수납공간을 겸비한 나무침대를 만드느라 둘이서
잠시도 쉬지도 않고 공방과 바깥을 왔다갔다 하며
여념이 없었다. 일에 몰두를 하면 그냥 푹 빠져드는
김교수와 함께 하느라 이서방은 꽤 힘들었을 게다.
아무리 둘이서 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이틀에 수제
침대를 만들 계획을 했다니 김교수의 생각은 정말
못말리는 열성이다. 결국 완성을 못하고 말았다.
아마 오늘 눈이 내리지 않았으면 제천에서 또다시
달려왔을 것이다.
촌부는 나흘째 엔진톱을 들고 나무정리를 했다.
애초 생각에 2월 한달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하다보니 의외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날씨만 받쳐준다면 한 열흘이면 정리가 될 것 같아
혼자 열심히 나르고 자르고 쌓느라 땀을 뻘뻘 흘려
가며 나무정리를 했다. 너저분하게 널부러져 있는
나무더미가 하나둘 줄어가는 것이 신났던 것이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나무를 넓은 곳으로 옮겨
잔가지를 자르고 옮겨 쌓아놓고 장작으로 쓰려고
통나무는 알맞게 토막을 내 한군데에 모아놓았다.
그런데 짖궂은 하늘이 부리는 심술 때문에 또다시
한동안은 못하게 되었다. 겨우내 굳어졌던 근육이
풀어지고 손이 유연하게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하는 수 없이 눈이 녹는 날까지 쉬어야 할 것 같다.
사나흘 수고했다며 하늘이 휴가를 주는 것일까?
좋게 생각하자. 굳이 무리할 필요없는 일이니까...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이라
생각하며 숨고르기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먹는다.
개 발에 땀나듯이 열심히, 부지런히 하여 제빨리
마무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하늘이 쉬라고 눈까지
쏟아놓으며 엄명을 내리니 제아무리 일에 미치면
끝장을 보는 촌부이지만 용빼는 재주가 있겠는가?
지펴놓은 난롯불 쬐면서 멋진 설경을 감상하다가
눈이 그치면 바람돌이를 돌리며 놀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