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다!
2021년 10월 2일 토요일
음력 辛丑年 팔월 스무엿샛날
새로운 달을 맞은 시월의 첫날,
두 차례의 산행, 여덟 번째 붉은고추를 따느라 제법
바빴다. 아내는 이전에 따놓은 붉고추의 양이 많아
건조기에 넣고 남은 건 햇볕에 말리느라 전전긍긍...
다행인 것은 가을 햇볕이 좋아 잘 마른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말려 건조기에 넣어 마무리를 하겠단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더니 기왕 장만할 거라면
조금 용량이 큰 걸로 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른 아침 뒷산을 다녀오는 사이 아내는 매일 하는
걷기운동을 하고 있었다. "건조기에 넣은 붉은고추
확인해 봤나?"라고 했더니, "아직 멀었던데..."라고
하면서 "오전에 또 붉은고추를 따야겠지? 꽤 많이
익었어!"라고 했다. 날씨가 그다지 고르지 못하지만
요즘 고추가 잘익는 것 같다. 한번씩 따면 손수레로
한가득이다. 우리 건조기 용량보다 좀 많은 양이다.
그래도 큰 무리없이 7번 따서 말렸고 말리고 있다.
어제가 여덟 번째인데 잘익은 고추만 골라 땄지만
손수레로 한가득이고 두 개의 바구니까지 채웠다.
고추를 주종목으로 하는 산골 부부의 텃밭농사라서
이렇게 붉은고추 따는 날은 힘든 줄도 모르고 둘이
좁은 밭고랑을 기다시피하면서 신나게 하고 있다.
사실 고추농사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지어왔지만 올해처럼 많은 양을 기르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자급자족을 달성하고 부터
욕심이 생긴 아내와 촌부는 올해부터 이곳 터전을
함께 일군 아우들 몫까지 자급자족을 해보겠다는
목표로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양을 심었다. 하늘의
도움인지 땅의 도움인지 농사는 잘 되었다. 대신에
우리 부부의 노력 또한 그만큼 더 기우려야만 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수확의 기쁨과 우리 손으로
아우들 몫까지 챙긴다는 흐뭇함과 뿌듯함이 더 큰
것을 알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정성껏 농사를 지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말려놓은 것과 말리고
있는 것, 따놓은 것과 밭에서 익고있는 더 딸 수있는
것을 합쳐 대충 계산을 해보니 충분히 자급자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기쁜 일이구나 싶다.
이렇게 바쁜 와중이기는 하지만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인근 장평에 있는 작은 극장 "평창시네마"에
가서 영화관람을 하였다. 지난 여름 8월초 이후에
두 달만이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정도는 아닌 영화이다.
바로 오래전부터 주인공 배우를 바꿔가면 제작한
007시리즈,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관람했다.
산골에 있는 작은 극장이지만 서울의 개봉관에서
상영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개봉한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관람료가 서울의 반값 수준이다. 그렇다고
극장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없다. 관람인원이 적어
운영을 어떻게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보는 우리는
좋다. 어제도 40석 규모의 관람석에 우리 부부와
다른 관람객 두 사람, 이렇게 넷이서 관람을 했다.
영화 내용이야 007시리즈이니 다 아는 사실이라
풀어놓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여간 007시리즈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잠시도 한눈 팔 겨를이 없는
것이다. 예전 제임스 본드 역할의 배우 숀 코넬리,
로저 무어가 출연한 영화는 극장과 TV로 꽤 많이
봤으나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007시리즈는 본
기억이 없다. 영화 사전예고에서 007의 마지막
미션 수행이라고 하는 것과 마지막 장면에 007이
탈출을 하지못한 것으로 봐서 007시리즈가 이제
끝난 것인가 싶다. 항상 끝장면은 007이 본드걸과
함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하여간 이렇게
아내와 둘이서 바쁜 와중에도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수가 있음이라서 너무 좋았다.
그건 그렇고
간밤에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면서 요란했던 것
같았는데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져서 긴가민가하다.
잠결에 천둥번개에 얼마나 빗방울이 굵었는지는
몰라도 강판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가 대단했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