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붉은고추 일곱 번째 따기
2021년 9월 27일 월요일
음력 辛丑年 팔월 스무하룻날
추분이 지나서 그런지 이른 아침으로는 서늘하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테지?
한낮은 모르겠지만 이제 이른 아침에는 반팔옷은
물론이고 얇은 옷은 부담스럽다. 오히려 긴팔옷에
겉옷을 더 겹쳐입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어제는 아내가 혼자서 붉은고추를 엄청 많이 땄다.
올들어 가장 많이 딴 것이다. 촌부는 부득이 외출을
하게 되어 그 많은 고추를 혼자서 따느라 무척이나
애를 먹은 모양이다. 손수레에 가득 채우고 바구니
두 개까지 동원되었으니 그동안 여섯 번을 딴 것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잘익은 것이라서 따야하긴 해도
문제는 건조기의 용량이 적어 한꺼번에 다 건조를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번까지는 건조기에
한꺼번에 넣을 만큼의 양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어서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숙성기간을
거쳐야만 색깔이 곱게 나오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두 번에 나눠서 넣어야 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우선
한번은 숙성없이 그냥 넣기로 하고 아내와 둘이서
붉은고추를 깨끗이 닦아 건조기에 넣었다. 나머지
많은 양은 오늘 닦아서 2~3일 숙성을 시킨 다음에
건조기에 넣을 예정이다.
지난해 건조기 구입을 하면서 너무 용량이 적은 걸
구입한 것 같다. 아님 건조기 용량을 생각하지않고
고추를 너무 많이 심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서 크게 걱정을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대신 아내의 수고로움이 더 할
것 같다. 우리의 자급자족은 물론이고 이곳 터전의
공동 주인인 아우들의 몫까지 자급자족을 해보려고
지난해보다 많은 양의 고추를 심은 것이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고추농사가 잘 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잘 되었다. 지금껏 해마다 고추농사를
무농약으로 지어왔지만 올해처럼 붉은고추가 크고
튼실하게 자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큰 것은
크기가 거의 손끝에서 손목까지 오는 정도이고 또
과육이 많고 두꺼워 말린 고추를 빻으면 고춧가루
양도 많을 것 같다.
지금 상태라면 두어 번은 더 붉은고추를 따게 되지
않을까 싶다. 큰밭은 이미 잎색깔이 많이 퇴색되어
가지만 작은밭은 아직도 싱싱하다. 아내의 야심찬
목표가 달성되는 올해 고추농사가 되리라 기대를
하게 된다. 농사를 짓는 마을에서 많이 떨어진 거리
산중턱 외딴 곳이라서 무농약 재배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을분들은 고추농사는 무농약으로는
절대 안된다고 했지만 우린 지금껏 무농약을 고집
하고 있다. 지나다니면서 고추 크기를 비교해봐도
우리 고추는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더 크고 실한
것 같다. 얼마전에 전문 농부인 마을 아우가 올라와
우리 고추를 보더니 고추농사를 아주 잘 지었다고
하며 "형하고 형수님, 농사꾼 다 되었네!"라고 했다.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무튼 산골 부부의
올해 고추농사는 성공작이 될 것 같다고 미리 점을
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