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집고양이가 되었네!
2020년 12월 4일 음력 庚子年 시월 스무날
아내가 요즘에 걱정 아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이제 반은 집고양이가 되어버린 길냥이 2마리 중에
'깜장이'이라 부르는 녀석이 며칠째 집에 오지않아
수시로 데크쪽 창문을 기웃거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함께 자란 '장화'는
아침, 저녁에 먹이를 맡겨놓은 것처럼 어서 달라고
하듯이 식당 창문앞 데크와서 쪼그리고 앉아있다.
아내는 녀석들이 불쌍하다며 고양이 먹이용 사료를
한 포대 사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다란 소시지를
사다가 잘게 썰어서 사료와 함께 섞어서 주곤 한다.
이 녀석들은 처음에 세 마리였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나가서 안들어 온 것이 꽤 오래 되었다. 그 녀석이
'얼룩이덜룩이'인데 한동안 아내가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깜장이'가 들락날락을 하더니만
꽤 오랫동안 깜깜 무소식이다. 헌데 녀석들 어미는
아주 이따금씩 단지에 나타나 어슬렁 거리곤 한다.
생각컨데 아마도 '장화'에게 단지의 활동 영역을
넘겨주고 가끔씩 확인하러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지만 영역을 지키려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며칠전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자꾸만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주변에 다가와
서성이며 울부짖고 있었다. 전혀 낯선 녀석이라서
혹시나 어린 장화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쫓아버렸다.
그런데 조금후 또다시 데크쪽에서 그 녀석 소리가
나서 가봤더니 오히려 그 녀석이 촌부에게 다가올
기세였다. 또다시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쫓아버렸다.
이제는 가고 없겠거니 했더니 얼마후 장화가 엄청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하여 일을 하고 있던 촌부 옆을
스치듯 쏜살같이 데크쪽으로 뛰어가는 것 아닌가?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자기 영역에 나타난 낯선 놈을
향해 뛰어간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더니 하루종일
데크를 떠나지않고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장화는
아침에 아내가 챙겨주는 먹이를 먹고나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늦은 오후 또는 저녁무렵에 다시 나타나
먹이를 먹은 다음 밤새 사라졌다가 아침이면 또다시
나타나곤 했었다. 그런데 낯선 녀석이 출몰한 이후
멀리 가지않고 집주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자기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물의 세계도 냉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도 일찌감치 데크에 앉아서 아내가 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녀석이 참 귀엽다.
어쩌다가 그렇게 싫어하던 고양이가 예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제 장화는 반은 집고양이가 된 것 같다.
그나저나 오늘 이른 아침 산골의 기온은 영하 15도
까지 곤두박질하여 꽤나 춥다. 그나마 바람이 없어
체감온도는 그리 낮지않은 듯하다. 이렇게 추운데
장화 녀석은 어디서 잠을 잤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우리 단지 어딘가에서 지내는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아내가 따뜻하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도
아침, 저녁 때론 낮에도 와서 먹이만 먹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오곤 한다. 추위에 잘 견디려나?
밖을 내다보니 벌써 녀석이 데크에 와서 먹이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아내가 내려오면 먼저
녀석에게 먹이부터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