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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농부 마음 흠뻑 적시는 단비, 약비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오월 초엿샛날


이른 아침 기온 15도,

오매불망(寤寐不忘),

학수고대(鶴首苦待),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비였던가?

지금껏 내린 비가 8시반 현재 무려 77mm,

오랜 가뭄 끝에 단비이면서 약비가 분명하다.

오늘 하루종일 내린다니 가뭄 끝, 해갈이다.

어제 북중미 월드컵 축구 멕시코전 1:0으로

패해 아쉬웠던 마음을 지금 내리는 이 비가

말끔히 씻어주는 듯하다.


비가 내려 기쁜 마음이라서 일어나자마자 

우산을 바쳐들고 후다닥 밭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힘들어도 수시로 물주기를 했지만

이렇게 내리는 약비와 어찌 비교가 되겠는가?

큰밭의 옥수수는 물주기를 못해 미안했는데

비가 듬뿍 내려 흠뻑 적셔주고 있어 너무 좋다.

다른 농작물도 모두 다 싱글벙글 웃는 듯하다.

농부의 마음속 끝까지 푸욱 적셔주는 단비다.


오늘처럼 오랜 시간동안 차분하게 내리는 비,

이렇게 내리는 비는 오랜 가뭄으로 메말랐던

땅속 깊숙한 곳까지 푹 스며들어 적시게 된다.

바로 이런 약비를 농부들은 좋아하는 것이다.

소낙비, 폭우는 땅에 스미지못하기 때문이다.

양분 가득한 약비를 농작물이 흠뻑 머금을 수

있는 오늘 내리는 비는 분명 단비인 것이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부침개 부쳐 막걸리 한잔하면 좋겠지만 막걸리

사러나가는 것도 영 귀찮다. 소주로 대신하면서

비 감상이나 실컷 해볼까나? 


오늘처럼 농부의 마음을 흠뻑 적셔주고 있는

단비, 약비를 표현한 말을 총망라 들먹여보자.

"소리 없이 스며드는 비"

"고요를 적시는 비"

"말없이 세상을 적시는 비"

"침묵처럼 내리는 비"

"침묵을 머금은 비"

"바람도 깨우지 못하는 비"

"숨결 같은 비"

"발자국 소리도 없는 비"

"말없이 스며드는 비"

"외로움을 머금은 비"

"어둠에 스미는 비"

"밤을 적시는 비"

"세상을 덮는 비"

"추억을 깨우는 비"

"그리움을 실은 비"

"마음을 적시는 비"

"창가를 두드리지 않는 비"

"은은하고 잔잔한 비"

"조용하고 사뿐히 내리는 비"

"아련하고 그윽하고 쓸쓸한 비"

그리고 가장 좋은 말,

"농부 마음 흠뻑 적시는 단비, 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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