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비가 내리는 날에는...
♧낮잠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분주했던 손발을 푹 쉬게 해서 좋다.
비오는 날에는 몸도 마음도 쉰다.
유유자적(悠悠自適)이라고 할까?
동산고와(東山高臥)라고 해야 할까?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
지저귀는 산새들 소리와 함께
멋진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되어 좋다.
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맞춰
띠굴띠굴 늘어지게 낮잠 한숨 푹 자보자.
이보다 더 좋은 자장가를 누가 만드랴?
모짜르트, 슈베르트, 하이든의 자장가 보다
大자연이 작곡하고 연주하는 자장가 소리가
그 어떤 자장가보다도 더 아름다운 선율이다.
♤수제비
"비가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음식이 뭘까?"
이걸 해볼까 저것을 해볼까 망설이더니
"여보시오! 뜨끈한 '들깨 수제비' 어때요?"
"그 좋은 생각이구랴! 맛있겠다. 어서 하게!"
지난 봄날 여행 삼아 고향 남해에 갔을 때
<보물섬 남해 우리밀 국수>로 이름난 친구가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던 순우리밀 밀가루로
쫀득쫀득 찰지게 반죽을 하여 수제비를 끓였다.
멸치, 디포리, 다시마로 깔끔한 육수를 뽑고
감자, 당근, 호박, 파를 썰어넣고 들깨가루 넣고
찰지게 반죽을 하여 얇드랗게 떼어내고 끓여서
고들빼기 김치, 부추 김치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밖에는 가뭄 해갈 될 듯한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수제비가 제격이다.
뜨끈뜨끈 해서 좋았고, 우리밀 밀가루라서 좋다.
밀가루 준 친구도, 수제비를 끓인 아내도 고맙다.
☆그래도 일은 해야지?
비가 내린다고 마냥 유유자적 하고 있을 수 있나?
손발이 근질근질하여 그냥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
비오는 날에는 비오는 날 대로의 일이 있지않을까?
제자리도 아닌 밭고랑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고 있는
아욱을 모종삽으로 푹 퍼서 제자리로 옮겨 심었더니
씨앗을 뿌리지도 않은 아욱이 어느새 한 이랑 되었네.
아욱 뿐만 아니라 캐모마일도 몇 그루 캐다 옮겼다.
허브의 종류인 캐모마일은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17년 전에 심었던 것인데 해마다 몇 그루씩 자란다.
앞뜨락에 제대로 된 자리를 마련하고 옮겨 주었다.
잠시 비가 주춤하는 사이 우의를 입고 밭으로 나갔다.
방울토마토가 어찌나 무럭무럭 잘 자라는지 모른다.
키가 지지대를 넘을 듯하여 추가로 이어 주어야 했다.
반쯤이었을 때 다시 비가 쏟아져 비를 맞으며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