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또 고생을 사서 하는겨?
2025년 11월 2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열사흗날
느닷없이 새벽녘에 잠시 거세게 비가 쏟아지더니
아침 공기가 참 맑다. 영상 3도에 머무는 기온인데
서늘함이 느껴진다. 비 때문인지 서리는 안내렸다.
먼산, 뒷산, 옆산은 뒤늦은 가을을 보여주는 듯하다.
미처 제대로 만끽을 못했던 단풍을 보게 되다니...
지금은 가을 끝자락과 초겨울 사이다. 이런 시기를
간절기라고 한다. 두 계절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월말과 월초에는 거의 사나흘의 연휴를 즐긴다.
11월 첫날, 남들은 주말이라고 여행을 간다든지
그냥 푹 쉰다든지 하지만 산골살이는 딱히 휴일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아니 구분을 못하는 일상이다.
뭔가 일을 하긴 해야하는데 어떤 일을 해볼까 하며
망설이다가 모처럼 엔진톱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카페 주차장 윗쪽 주목나무 자르며 밑둥을 남겨둔
것부터 정리했다. 그리고는 카페옆쪽의 고광나무,
우리고장에서는 오이나무라고 부르는데 너무 쑥쑥
잘 자란다. 단지로 들어서는 입구인데 카페 모습이
가려지는 것이 별로라서 축대 높이 만큼 전지하면
좋을 것 같아 사정없이 윗쪽을 잘라 다듬기로 했다.
잘라놓고보니 깔끔해 보인다. 카페 모습도 훤하게
잘 보인다. 그런데 잘라놓은 나뭇가지가 엄청나다.
수차례 나르고 날라야만 했다. 뒷쪽 주차장에 그냥
방치해둔 주목나무 자른 것도 일일이 가지를 잘라
정리를 했다. 얼마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거의
반나절이 걸렸다. 모처럼의 엔진톱 작업이라 꽤나
힘이 들었으나 마음은 가볍고 뿌듯했다. 너저분한
것을 싫어하는 촌부라서 힘들어도 어쩔 수가 없다.
오후에도 엔진톱을 들고나섰다. 큰밭가 조팝나무와
잡목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왔다. "또 고생을 사서 하는겨? 못말린다!"
라며 성화였다. 오전에도 그러더니, 오후에도 또...
촌부를 생각하는 아내의 그 마음이 고맙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해야할 일인데!
그렇게 시작한 일은 해질녘이 되어도 끝내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축대밑
조팝나무와 온갖 잡목을 잘라놓으니 정말 엄청나다.
그리고나서 윗쪽 큰밭가 축대윗쪽의 나무를 잘랐다.
이곳은 밭가에 쳐놓은 그물망을 다치지않게 하려니
작업이 더 더뎠다. 뉘엿뉘엿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작업은 지척이고 있는데 아내가 또 나와서 하는 말,
"돈도 안되는 일을 뭐한다고 죽기살기로 열심이야!
그만하고 들어와 밥먹읍시다!"라고 하여 중단했다.
대꾸를 해본들 본전도 못찾으니 순순히 말을 듣는다.
베어놓은 나무가 장난이 아니다. 저 많은 나무를 또
전부 산기슭으로 옮기려면 그게 더 힘이 들 것 같다.
빗물에 젖은 나무의 물기가 마르면 나가서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아내가 또 한마디 하겠지 싶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작을 했으니 끝은 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