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맛비가 시작하네...이른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밭을 감싸고 있었다. 피부에 닿는 촉촉한 느낌이 그런대로 시원함이고 상쾌함이라 좋구나 싶었다. 호미를 들고 수수밭고랑 사이에 들어가 무성한 잡초를 매고 있는데 갑작스런 후두둑 거리며 비가 쏟아진다. ‘허허 장맛비가 시작되는구만!’ 하며 밭을 나오다가 하는 촌부의 말은 ‘조금만 더 있다가 오지!’라고 지껄였다. 이제 어느정도 밭에 나오는 잡초는 모두 잡았는데 수수밭고랑의 잡초만 남겨두어 못다한 미련이 남아서 그렇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태평이녀석 아침이나 챙겨 주려고 갔더니 녀석이 꼬리를 치면 난리 법석이다. 촌부의 복잡이 마치 산에 가는 모습으로 보였나보다. 진드기난동 이후 꽤 오랜동안 산에 못가서 녀석이 서운해하는 듯하다. 요즘은 조금 바쁘다는 핑계로 못갔는데 이제 좀 다녀야겠다. 사료를 주고 나오려니 한참을 쳐다보다가 촌부의 모습이 산에 갈 기미가 안보이자 녀석은 딴청을 부리더니 이내 포기했는지 휙 돌아서더니 먹는 것으로 서운함을 달래는 모습이다.
빗줄기가 제법 거세진다. 이렇게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에는 꽃말을 되새겨보며 꽃이나 감상해보는 것으로 마음이나 달래볼까나... 흔히 꽃들의 대표격이라 하는 빨간장미가 달랑 한송이 피었는데 꽃말이 ‘기쁨’이라는데 글쎄 그런걸까? 또다른 꽃말처럼 ‘아름다움’이고 ‘열정’적이기는 하다. 독일의 국화인 수레국화도 장미에 뒤질세라 예쁘게 꽃을 피웠다. 지난 초봄 농협에서 씨앗을 주길래 모종을 내었더니 열그루정도 발아가 되어 심었는데 성장이 더디다 싶었더니 오묘한 느낌이 드는 꽃을 피웠다. 꽃말처럼 ‘행복’한 느낌이 든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려 꽃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마도 자빠질 금계국은 꽃말이 ‘상쾌한 기분’이라는데 오늘은 비가 쏟아져서 촌부의 기분은 상쾌함보다 걱정이 앞서는걸... 술패랭이는 꽃말처럼 ‘순애’ 그러니까 순수한 사랑을 하려는 처녀총각처럼 연분홍 꽃잎이 무척 귀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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