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절개지 잡목 정리작업 마무리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삼월 초나흗날
영상 2도의 아침을 맞이한
설다목 산골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까만 지붕 위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하얗다.
앞산 운무동 골짜기는
구름이 내려앉은 것인지
안개가 자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뿌옇게 보인다.
현관입구 구탱이 석축 사이에
'절제'라는 꽃말을 가진 야생화,
'처녀치마'가 예쁜 꽃을 피웠다.
겨우내 납작한 헌옷으로 지내다
이른 봄 꽃을 피운 뒤에 또다시
산뜻한 새옷(새잎)으로 갈아입는
아주 특이한 모양의 야생화이다.
봄이 온 듯 아니 온 듯 헤갈리는
설다목의 요즘이기는 하지만
분명 봄은 우리들 곁에 와있다.
봄이 왔으니 일을 해야하는 것이
촌부의 일상인지라 서두르게 된다.
전날에 이어 어제도 엔진톱을 들고
큰밭가 절개지에서 잡목을 잡았다.
아카시아나무, 오리나무, 버드나무,
온갖 덩굴식물에 가시가 돋혀있는
이름모를 나무들까지 자르고 베고...
경사가 심한 비탈진 곳이라 힘들다.
조심조심, 한발한발 내딛는 걸음이
꽤나 조심스럽고 무겁고 힘겹지만
너저분하여 보기싫은 녀석들이라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다 제거했다.
아내가 안스럽게 쳐다보며 하는 말,
"꼭 그 일 해야하는 거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누구 하나 뭐라 하지도
않을 일인데 뭘 그렇게 죽기살기로
애를 쓰며 힘들게 땀까지 흘려가며
하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가네!"
촌부의 대답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맞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싫은 것이면
남들 보기에도 싫은 것이라서 한다.
뿐만아니라 그 일을 하는 주된 이유는
쓸데없는 나무들이 자라 밭에 그늘이
져서 잘라내고 베어내는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지난 겨울에 시작해
봄이 무르익기전에 마무리를 하여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잡은 나무는 그냥 자빠뜨린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삭아없어지게 된다.
지금 당장은 볼상사납고 너저분해
보이긴 하지만 서있는 상태보다는
훨씬 더 보기좋다. 혼자 뿌듯하기도
하고 흐뭇하여 한참을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