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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밭설거지 


2023년 10월 18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초나흗날


새벽 2시경이었던가?

잠시 잠이 깨 물 한 모금 마시고 날씨가 궁금,

바깥에 나가봤더니 잠옷바람이라서 오싹했다.

그 시간에 벌써 영하 1도, 서리가 내려 지붕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지금 아침 6시, 어제와

마찬가지 모습이다. 서리, 안개 그리고 기온은

어제보다 더 떨어진 영하 2도, 추위를 느낀다.

아침.저녁은 초겨울, 낮에는 늦가을이 머문다.

하루에도 두 계절을 보고 느끼면서 사는 요즘,

이런 것을 두고 두 계절의 공존이라 하겠지?

오늘 아침도 난롯불을 지폈다.


이제 밭이 훵하다!

훵하다 못해 쓸쓸함, 허전함이 느껴진다.

지난 봄부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가득

농작물을 품어안고 있었던 우리 밭이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비움의 계절이 왔기에 아쉬운

마음, 허전한 마음은 접어두고 그동안 끝없이,

한없이 내어주기만 했던 밭을 쉬게 해야한다.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시기다.

밭고랑에 잡초가 나오지 못하게 ㄷ자핀으로

고정을 시켜 덮었던 부직포를 먼저 걷어내기

위해 ㄷ자핀부터 제거했다. 바람에 벗겨지지

않게 하느라 박았던 것을 뽑는 것도 예사일이

아니다. 박았던 위치를 대충 알기는 해도 하다

보면 빠뜨리기도 한다. 다 뽑고보니 참 많이도

박았던 것 같다. 뽑으면서 가지런히 담았는데

플라스틱 양동이로 한가득이다.


밭이 길어서 부직포를 걷는 일도 꽤 번거롭다.

부직포를 뚫고 나온 풀을 모두 제거해야 하고

흙이며 농작물 잔해들까지 털어내면서 걷어야

하는 일이라서 시간이 상당히 소요가 되었다.

흙먼지까지도 장난이 아니다. 밭고랑에 나오는

잡초를 뽑는 것이 차라리 더 낫지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하는 말이다. 멀칭비닐을 벗기는

일은 그나마 조금 쉽다. 이 일도 아무나 한다고

잘 되는 일은 아니다. 요령이 필요하다. 다년간

경험으로 숙달되고 축적된 농부의 노하우라서

능수능란하게 해치우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다.

흙속에 묻힌 부분까지 모두 뽑아 걷어내는 일,

흙먼지가 장난 아닌 일이다. 일을 마치고나면

뿌옇게 흙먼지 뒤집어 쓴 모습이지만 한해동안

지었던 농사의 마무리 작업이라 감회가 새롭다.

농사의 끝이지만 농사의 시작이기도 한 것이다.

밭을 쉬게 하는 것이 농사의 시작이라고 생각을

하는 촌부이다. 밭, 땅, 흙도 내년 봄을 위하여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긴 겨울잠을 푹 자겠지?

그리고 내년에도 많은 것을 내어줄 것이다.


무슨일이든지 마무리가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뒷마무리를 잘못하면 농부의

자세, 농부의 도리가 아니다. 밭설거지는 많은

부산물이 나온다. 재활용도 하지만 멀칭비닐은

따로 분리하여 마을에 내려가 수거장소에 갖다

놓아야 한다. ㄷ자핀과 부직포는 몇 년을 쓸 수

있어 잘 정리정돈을 하여 따로 잘 보관을 한다.

아직 가을채소가 밭에 남아있어 김장무렵까지

기다려야 밭설거지가 완전하게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그 시기도 머잖았다. 월말쯤엔 김장을

해야한다. 우리고장은 늦어도 입동을 전, 후로

하여 그 무렵에는 김장을 마친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곳이라서 자연스럽게 생긴 풍습이다.

아무튼 밭설거지를 마쳐 후련하고 개운하다.Picsart_23-10-18_01-47-52-773.jpgPicsart_23-10-18_01-43-31-906.jpgPicsart_23-10-18_01-40-17-247.jpgPicsart_23-10-18_01-39-47-407.jpgPicsart_23-10-18_01-38-58-337.jpgPicsart_23-10-18_01-32-16-86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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