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시래기와 시락국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음력 辛丑年 구월 스무닷샛날
우리 부부는 무청 시래기로 끓인 구수한 시락국을
엄청 좋아한다. 시락국은 촌부의 고향 남해말이다.
시락국을 떠올리거나 아내가 끓인 것을 먹다보면
늘 어릴적 추억에 젖곤 한다. 어릴적에 시골에서의
겨울날 식사는 아주 단순했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풍부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평상시 식사는 김치에
국 한 사발이 고작이었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나마 섬지방이라서 육고기 보다는 생선을 먹을
기회가 많긴 했지만 우리 마을은 해변에서 3km쯤
떨어진 산골이라서 생선은 사다먹곤 했다. 체구는
작으셨지만 통이 크신 할아버지는 모든 식재료는
크고 좋은 것이어야만 했다. 특히 생선 만큼은 작은
것보다 큼지막한 것으로 사오시고 사오게 하셨다.
그래서 생선은 크고 좋은 것으로 많이 먹기는 했다.
하지만 허구헌날 생선을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겨울철에는 가장 많이 먹게 되는 것이
시락국과 김장으로 담근 배추김치였다.
어머니와 할머니께서는 쌀뜨물에 마른멸치를 넣고
시락국을 끓이셨는데 구수했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분께서 그러셨듯이 요즘은 아내가 나름의
레시피로 구수한 시락국을 맛있게 끓여주곤 한다.
시락국을 끓이면 가로로 썰어놓은 김치보다 세로로
쭉쭉 찢어 먹는 가닥 김치가 제격이다. 따끈따끈한
시락국에 밥을 말아서 쭉쭉 찢은 가닥 김치를 척척
걸쳐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맛이
그만이다. 어려서는 시락국에 말은 밥을 한 숟가락
듬뿍 뜨면 어머니와 할머니께서 쭉쭉 찢은 기다란
배추김치를 얹어주셨지만 이제는 아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다른 음식은 모르겠으나 시락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맛이라서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이곳에 온 이후로 해마다 이맘때 김장철엔
무청 시래기를 말린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공기가 잘 통하고 지붕이 있어 햇볕을 가려주는 곳,
바로 바베큐장이 시래기 말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무우는 물론 무청이 너무나
실하게 잘 자랐다. 엊그제 김장을 준비하던 아내가
무우와 무청을 손질하며 너무 좋다며 흐뭇해 했다.
예전에는 무청을 짚이나 비닐끈으로 엮어 말리곤
했으나 요즘은 빨랫줄에 빨래 널듯이 바베큐장에
줄을 묶어놓고 무청을 한 포기씩 벌려서 걸어놓고
말린다. 엮어 말리는 것보다 잘 마르고 다 마르면
부스러지지가 않아 좋으며 보관하기도 용이하다.
해마다 늘 그랬듯이 올해도 무청 시래기를 잘 말려
시락국을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도 먹게 될 것이고
아우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주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