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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식탁에 꽃이 피었는가베?


2021년 3월 11일 

음력 辛丑年 정월 스무여드렛날


"허허~ 아따,  볼시로 3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촌부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시간이 가니 세월도 따라서 흐르는 거 아인가베!"

아내의 대답을 듣고보니 우문현답(愚問賢答)인지

우문우답(愚問愚答)인지 도대체 분간을 못하겠다.

하여간 시간도 잘 가고, 세월도 잘 흐르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까지 꽁꽁 얼어붙어 녹지않을 것 같던

집옆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얼음이 녹아 맑디맑은 물이 보이고 있다.

반갑다! 금새 봄이 올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한참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여느해에 비해서 꽤

빨리 얼음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내 켜켜이 

얼어붙어 마치 거대한 빙벽을 눕혀놓은 것 같더니

드디어 듬성듬성 구멍이 뻥뻥 뚫리고 눈과 얼음이

녹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어서 빨리 시냇물이

콸꽐 흐르는 날이 오면 좋겠다. 시간이야 가던말던,

세월이야 흐르던지 말던지...


아내가 주방에서 뭔가를 만드느라 분주해 보였다.

다가가서 "뭘 만드는데 그리도 열중을 하는고?"

아내가 하는 말, "보면 모르겠소? 당신 때문에..."

"아따야! 식탁에 꽃이 피었는가베? 이게 뭣꼬?"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훈제오리 채소 무쌈말이!"

"이름도 참 길다! 보기에 맛이 참 좋을 것 같네?"

"말이라고... 보기는 이래도 손이 참 많이 간다우!"

"그럴 것 같구만! 힘든데 뭘 이리 힘든 걸 하노?"

"그러게 말이요. 술꾼 영감탱이 몸상할까봐서..."

아내는 남편 촌부를 위해서 이 음식을 만들었단다.

훈제오리고기를 굽고, 양파를 채썰어 물에 담가서

매운맛을 빼고, 파프리카 빨간색과 노란색을 썰고,

부추는 살짝 데친 다음 무우쌈에 모든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서 준비해놓은 부추로 밑둥을 감싸듯이

묶어놓았다. 먹는 것은 금방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것이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기가 막힌다. 오리고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채소라서 시원하기까지 하다. 아삭아삭한 식감에

고기가 씹히는 것이 기가 막힌 조합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풍미를 한층 더해주는 것은 땅콩소스...


맥주 한 캔에 소주 석 잔 정도가 촌부의 하루 음주

권장량이다. 아내가 정한 권장량이기에 어길 수가

없다. 안주가 너무나 좋아서 조금만 더 마실까 싶은

마음이 있긴 했으나 참아야만 했다. 괜시리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술은 고사하고 이런 맛있는

안주도 끝장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건강을 위하여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데 찬물을 끼얹어봐야 나만

손해이니까 말이다. "맛있다, 정말 맛있어. 고맙고

정말 감사하네! 또 해줄거지?"라며 진심 어린 마음

담아 리액션을 했다. 우리는 이런 마음, 이런 재미,

이런 모습으로 산골살이를 하고 있다. 이런 걸 두고

소확행이라고 했던가?IMG_20210311_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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