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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망자별리(亡者別離)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정월 열엿샛날 


어젯밤 평소와 달리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더니 

새벽에 일찍 잠이 깼다. 추위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 추운 아침이다. 영하 13도, 

일어나자마자 난롯불부터 지펴놓고 작업복 챙겨 

입고 현관부터 시작해 중앙통로의 눈을 쓸었다. 

꼭두새벽이라 춥긴 했지만 이렇게 움직이다보니 

오히려 몸이 풀리는 듯했다. 예전 동상이 걸렸던 

손가락 끝이 꽤 시렵긴 했지만 주먹을 꼬옥 쥐고 

체온으로 녹이며 빗자루질로 눈을 쓸어 길을 터 

놓았다. 우리 식구들 지나다닐 만큼이면 되니까. 

평소 이 시간은 어두컴컴 하지만 아직 넘어가지 

않은 정월대보름 달이 환하게 비췄고 쌓인 눈에 

달빛이 반사되어 어두운 줄 모르고 눈을 치웠다. 

그 시각은 새벽 다섯 시... 


어제는 하루종일 눈이 오락가락 꽤 많이 내렸다. 

이른 아침 이장 부부가 집으로 올라와 이서방과 

함께 넷이 진부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마을 아우 

어머님 마지막 가시는 길, 운구를 하러간 것이다. 

발인을 하고 강릉으로 향했다. 대관령 고개 너머 

일뿐인데 우리 고장 평창과 달리 눈이 내리지도  

않고 추위도 없이 마치 우리 동네 봄날씨 같았다.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아우 어머님은 한줌 재가  

되어 나왔다. 장례버스를 타고 진부로 돌아와서 

몇 대의 승용차에 나눠타고 어머님이 영면하실 

선산으로 갔다. 아우는 어머님 생전에 수목장을 

해드릴 것이라고 했단다. 선산 초입의 꽤 커다란 

소나무 밑에다 묻어드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찌 형용할 수도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오래전 장인어른부터 시작해 아버님, 몇 해 전에 

보내드린 어머님과 장모님까지 자연의 품으로 

보내드렸던 그 기억이 교차했던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육신은 땅으로,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지사, 인지상정 

이긴 하지만 남겨진 유족들의 그 슬픔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는 것이겠지 싶다. 돌아가신 아우의 

어머님께서는 생전에 우리들에게 너무나 살갑게 

대해주셨고 아우와의 인연은 남이 아닌 형제와 

다름없이 잘 지내왔으며 잘 지내고 잘 지내게 될 

것이라서 내 어머님 가시는 것 같이 많이 슬펐다. 

그렇게 아우 어머님을 눈이 내리는 날에 차디찬 

언땅에 묻어드리고 영면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손 모아 빌어드리고 아우와 제수氏를 비롯한 

유족들을 위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 

7시반에 나갔다 집에 온 시간은 오후 3시반이다. 

집으로 오면서 이러저러한 말이나 글귀를 빌려다 

생각나는 대로 몇 자 마음을 적어보았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망자별리(亡者別離) 하려니 

애애절절(哀哀切切) 슬픔이로구나. 


인생초로(人生草露) 

우리네 삶은 풀잎에 맺힌 이슬 같다 했던가? 

유생필유사(有生必有死) 

모름지기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마련 

공수래(空手來) 빈손으로 왔으니 

공수거(空手去) 빈손으로 가야하는 것 


인생무상(人生無常) 덧없는 삶은 

일부토거(一抔土去)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눈이 흩날리는 가운데 이장네 부부와 함께 집에 

왔더니 아내와 처제가 제설작업을 한번 했다고 

했다. 허나 계속 내리는 눈은 그칠 줄을 몰랐다. 

뒤어어 전날 정월대보름 오곡밥과 묵나물 조금 

갔다줬더니 너무 고맙다며 천혜양, 딸기를 갖고 

학열 아우가 눈길을 올라왔다. 기왕 모였으니까 

오곡밥과 나물을 넣고 비빔밥 비벼 먹고가라고 

했다. 아내와 처제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이서방과 둘이서 진입로 제설작업을 대충 했다. 

마을 아우들이 꽤 미끄러운 눈길을 내려가려면 

아무래도 진입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안전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 

넉가래로 자동차 바퀴가 닿는 부분만 눈을 밀고 

초입까지 치우고 올라와 함께 정월대보름 나물 

비빔밥을 맛있게 잘 먹었다. 학열 아우가 가져온 

과일과 바리스타 이서방이 내린 커피를 마시며 

청바지클럽 번개팅을 가졌다. 모친상을 마치고 

집에서 쉬고있을 맥가이버 아우 부부는 부를 수 

없어 빠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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